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점을 놓고 한·미가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간) “전작권 전환 과정에서 미 군인들을 존중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이르면 내년 전환’에 부정적인 주한미군 측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미 간 전작권 전환 협상이 본격화한 가운데 ‘게이트키퍼’인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의 입장이 향후 돌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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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그세스 “전작권 관련 브런슨, 안 장관과 논의”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대화(샹그릴라대화)에서 질의응답을 갖고 있다. EPA=연합뉴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대화(샹그릴라 대화)에서 한국의 전작권 전환 문제를 언급하면서 “솔직히 동맹국이 더 많은 통제권을 더 빨리 가져가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이는 동맹국 주도의 재래식 방위를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재명 정부의 ‘임기 내 전작권 전환’에 원론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그는 이어 “우리는 한국으로의 전작권 전환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군인(U.S. uniformed members)들이 수십 년간 수행해 온 군사 계획과 책무들이 존중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는 실제 한반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들, 즉 주한미군 측 의견도 중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주한미군은 ‘이르면 내년’ 전환은 조건에 충족되지 않아 무리수라는 입장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또 “전작권 문제에 관해 최근 (브런슨) 사령관과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논의했고, 최근 펜타곤에선 안 장관과 그 주제에 대해 회담을 가졌다”고도 했다. 이는 한국 정부와 주한미군 양쪽의 의견을 듣고 있다는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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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슨 제동에 안규백 “6년 전 94% 충족 합의”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연합뉴스
이와 관련, 전작권 전환의 ‘1차 채점자’인 주한미군은 정부의 ‘이르면 내년 또는 내후년’ 시간표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브런슨 사령관이 미 하원 청문회에서 “2029 회계연도 2분기(2029년 1~3월)”를 공개 발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정부는 올해 연말 전작권 전환의 특정 시점인 ‘목표 연도’까지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안규백 장관은 31일 “한·미 양국은 2020년에 전작권 전환 조건의 94%가 이미 충족됐다고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작권 전환은 한·미 군 당국 간의 주요 의사 결정 체계를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상설군사위원회(PMC)와 합동참모의장 간 정례 협의체인 한·미군사위원회(MCM), SCM을 거쳐 양국 통수권자 재가를 받는 식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주한미군선임장교(SUSMOAK) 자격으로 PMC 단계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이때 여러 지표와 평가 등을 근거로 명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다면 지연이 불가피하다. 전작권 전환 협상이 본격화하는 하반기 주한미군과 정부 간 갈등이 노골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군 안팎에서 나오는 건 그래서다.
다만 정부 내에선 PMC 단계에서 일부 이견이 있더라도 이를 그대로 올려 MCM·SCM에서 합의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기류가 있다. 앞서 국방부 관계자가 전작권 전환을 “정책적, 정치적 결정”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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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사 유지는 합의…‘내용’ 채워야
지난 2023년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가 진행 중인 강원도 철원군 지포리훈련장에서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 소속 K1A2전차가 기동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문제는 주한미군과 불협화음이 심화하면, 정부가 원하는 전환 일정에는 합의하더라도 실질적인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약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전작권 이후 연합 방위태세는 원칙적으로 2018년 10월 당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이 승인한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방위지침’을 따르게 돼 있다. “주한미군은 한반도에 계속 주둔”하고, “한·미 연합군사령부와 예하 연합구성군사령부를 편성”하되 “한국군 4성 장성을 연합군 사령관으로…미군 4성 장성(a General or an Admiral)을 연합군 부사령관으로 임명”한다는 게 골자다.
양국 통수권자가 조속한 전작권 전환에 공감한 이상 이 틀 자체를 미 측이 흔들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다만 연합사 구조 자체보다 실질적 작전 지휘 및 부대 운용, 유사시 한반도 외부에서 들어오는 미 증원 전력에 대한 지휘 계통 문제 등은 한·미 간 협의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의견이 미 행정부에 비중 있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헤그세스 장관은 또 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에 대해 “중요한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해상 역량을 확장해 잠재적 적국에 실질적인 딜레마를 안겨줄 용의가 있는 동맹국을 찾고 있다. 잠재적 적국이 우리의 위치와 역량을 궁금하게 만듦으로써 많은 전략적 딜레마를 창출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브런슨 사령관은 이날 샹그릴라 대화에서 이른바 “단검(dagger)” 발언을 직접 해명했다. “전체적인 맥락은 지역의 변화하는 관점에 관한 것”이라면서다. 앞서 그는 지난 22일 미 육군 전쟁대학 주관 팟캐스트에서 한국은 중국을 겨냥한 “단검”에 비유하고, 일본은 “방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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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9년 만에 해상훈련 재개
지난 30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대화(샹그릴라대화)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악수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국방부는 30일 한·일 국방장관회담 결과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수색·구조훈련(SAREX)을 9년 만에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경북 안동 정상회담과 관련한 군 당국 차원의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는 양국 간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고 한다. 다만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약식 기자회견에서 “ACSA 문제는 양 국민의 이해와 설득이 필요한 부분이며, 아직은 신중을 기해야 된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아직까지는 일본 측 관심사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