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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대신 관리’ 택한 미·중, 다가올 격변기 속 한국의 선택지는?

중앙일보

2026.05.3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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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최근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은 외교적 성과를 거둔 반면 미국은 뚜렷한 실익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29일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열린 2026년 제1차 DSU 중국 학술토론회에 모인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의 결과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한국에의 함의와 우리의 대응 방안을 심층적으로 논의했다.



미국이 손 내민 ‘을의 회담’, 합의보다는 갈등 관리에 방점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발제)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단순한 무역 갈등 시정을 위함이라 여겨졌던 대중국 압박은 사실상 패권 도전 억제를 위한 전방위적 전략이었다. 집권 2기에 들어서며 드러난 트럼프의 진짜 의도는 기존 질서 유지가 아니라 질서 그 자체를 뒤엎어 미국 중심의 새로운 판을 짜는 것이었다. 트럼프는 전통적 제조업 경쟁으로는 중국을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AI 기술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통해 패권을 유지하려 한다.

이를 위한 핵심 전략은 두 가지다. 첫째, AI의 핵심인 반도체 공급망을 장악하고, 중국이 첨단 반도체에 접근하는 비용을 천문학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마치 냉전 시대에 소련의 군비 경쟁 비용을 가중해 스스로 무너지게 한 전략과 유사하다. 둘째, 반도체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에너지를 통제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이란 등 에너지 자원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결국 AI, 반도체, 에너지를 주축으로 금융 패권까지 유지하며 미국의 주도권을 공고히 하는 것이 트럼프의 큰 그림이다.

미-이란 전쟁의 공식적인 명분은 이란의 핵무장 억제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에너지 공급망 장악, 대중국 압박, 국내 정치적 위기 탈출이라는 여러 부수적인 목적이 깔렸다. 이번 전쟁으로 미국은 패권 국가로서의 명성에 상처를 입었지만, 실리는 모두 챙겼다. 중동의 주요 국가들은 미국에 더 의존하게 됐고, 셰일가스 등 에너지 판매가 급증하며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 또한, 미 국채 매입이 증가하고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에 한국, 일본, 대만 등이 참여를 고려하게 되는 등 예상 밖의 성과도 거뒀다.

이러한 상황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트럼프가 중국에 손을 내민 ‘을(乙)의 회담’에 가까웠다. 트럼프는 11월 중간선거 승리와 미-이란 전쟁의 확전 방지를 위해 중국의 협조가 절실했다. 만약 중국이 이란에 무기를 지원한다면,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소련처럼 수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시진핑은 미국의 반도체 제재 완화와 대만 문제에 대한 도발 억제를 목표로 회담에 임했다. 트럼프의 약점을 파고들어 더 큰 양보를 얻어내려 했지만, 트럼프가 핵심 무기인 반도체 제재를 다 풀 수는 없었기에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양국은 중동 문제의 격화 반대라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확인하고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를 통해 향후 3년간 미·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특히 ‘건설적’이란 수사는 갈등·분쟁이 있음을 전제로 어려움이 있지만 관리해 나가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향후 10년은 미·중의 전략 경쟁이 심화하는 혼돈과 격변의 시대가 될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압박할 모든 수단을 동원하면서도, 때로는 중국과 타협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 중국 역시 미국의 의도를 파악하고, 어떠한 압박에도 버틸 수 있는 자생적 체제를 구축하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의 대외정책은 네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한미동맹을 기초로 자강(自强)을 추구하는 전통적 노선 ▶미국 외의 국가들과 연대하여 자강을 모색하는 노선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국제 압력에 대응하는 노선 ▶자강을 기초로 동맹과 국제 연대를 결합하는 실용주의 노선이다.

우리에게 놓인 선택지는 다음과 같다. ①미국과의 동맹 강화, ②자체 핵무장과 동맹 이탈, ③국제 연대를 포함한 복합 포트폴리오 외교, ④중국과의 연대 혹은 굴복. 당장은 미국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이익과 가할 수 있는 위협이 가장 크기에 ①이 중요해 보인다. 하지만 미국에 대한 신뢰성이 흔들리는 지금, ‘플랜B’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②는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④는 중국의 미래가 불확실하기에 최악의 선택이다. 따라서 현재로써는 ①을 주축으로 삼되,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인 ③을 결합하여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②에 대한 연구와 준비도 조용히 진행해야 한다. 수백 년간 강대국에 편승하는 데 익숙했던 우리가 독자적인 전략 사고를 바탕으로 이 험난한 시대를 헤쳐 나갈 역량을 갖추었는지 스스로 질문해야 할 때이다.

2026년 제1차 DSU 중국 학술토론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결과와 한국에의 함의’를 주제로 지난달 29일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열렸다.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2026년 제1차 DSU 중국 학술토론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결과와 한국에의 함의’를 주제로 지난달 29일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열렸다.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느슨한 합의, 실망스러운 결과’ 핵심 쟁점 빠지고 관리된 경쟁으로




▶이상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 팀장(발제)
이번 회담을 한마디로 하면 ‘느슨한 합의, 실망스러운 결과’로 정리할 수 있다. 희토류·첨단기술·관세 등 핵심 쟁점은 빠지고 관리된 경쟁으로 흐른 회담이었다고 평가한다. 다만 거시 경제·통상 대화 채널이 제도화된 점은 의미가 있다. 양국이 무역위원회와 투자위원회를 신설해 관세, 비관세 장벽, 투자 분쟁 조정 등 현안을 상시 관리하기로 했다. 이는 미·중 간 위기 대응 식 대화가 제도화된 관리로 전환되는 신호로 해석한다.

관세 분야에서는 합의가 사실상 부재했다. 지난 부산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다시 확인한 정도의 수준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언론 인터뷰에서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관세 인상이나 쿼터 도입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이 관세를 여전히 협상 레버리지로 유지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교역 확대와 구매 약속은 제한적 성과다. 농축산물 분야에서 비관세 장벽 완화에 합의했고, 올해부터 2028년까지 연간 최소 17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중국이 수입한다고 백악관에서 발표했다. 보잉 항공기 200대 구매 합의도 있었으나, 최대 750대 언급은 불확실하다. 항공기 구매는 일방적 양보라기보다 양국 수요와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결제·금융시장, LNG·원유 수출 확대 관련 내용은 중국 공식 발표에 없어 추후 협의 진전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핵심 공급망·기술 안보 분야에서 양국 발표의 온도 차가 크다. 미국은 희토류와 핵심 광물, 관련 장비·기술 제한 완화 등을 언급했으나 중국은 공식적으로 희토류를 언급하지 않았다. 공동 연구 수준의 원론적 표현만 확인됐고, AI 협력도 거버넌스·윤리 중심의 정부 간 대화 개시에 그쳐 산업·기술 협력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본다.

이번 회담에서 중국의 정부 주도산업 시스템, 과잉 생산, 과잉 보조금, 폐쇄적 시장 등을 지적하는 미국의 전통적 압박 카드가 사실상 전부 빠진 점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구조적 갈등은 해소하지 못하고 제한적 성과와 긴장 관리 수준의 합의를 이뤘다는 전문가 평가에 동의한다.

이번 회담이 우리에게 준 시사점은 중장기적으로 불확실한 미·중 관계 속에서 확실한 우리만의 레버리지를 축적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초격차 기술과 제조업 경쟁력 강화가 핵심이며, 반도체·조선·원자력·방산 등에서 우리의 우위를 계속 유지해 미·중 양측에 필요한 파트너로서 협상력을 확보해야 한다.

2026년 제1차 DSU 중국 학술토론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결과와 한국에의 함의’를 주제로 지난달 29일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열렸다.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2026년 제1차 DSU 중국 학술토론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결과와 한국에의 함의’를 주제로 지난달 29일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열렸다.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대’라는 막연한 구호 대신 전략적 자율성 확보 위한 구체적 각론 그려야




▶신정승 동서대 동아시아연구원장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미국 내에서는 ‘알맹이가 없다’, ‘중국에 끌려다녔다’라는 평가도 있지만, 두 가지 점은 주목할 만하다. 첫째, 중국이 신장한 국력을 바탕으로 명실상부한 G2의 위상을 세계에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둘째, 중국이 제기한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에 미국이 합의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국과의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한 부분은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 또 회담의 내용은 미국 백악관의 팩트 시트와 회담 참석자들의 언론 인터뷰, 중국 외교부의 공식 발표와 왕이(王毅) 외교부장 브리핑 등을 통해 공개됐지만 혼선이 존재한다. 여전히 사실관계가 분명하지 않거나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전성흥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트럼프의 행보를 보면 기존 국제 질서를 송두리째 뒤엎는 등 상당히 과격하다. 방향성이나 방식도 일반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런 변화가 트럼프 개인의 특성에 제한될 것인지 아니면 트럼프 이후에도 미국에 하나의 추세로서 지속할지 궁금하다. 미국이 그동안 구축해 온 국제 질서와 규범이 무너지고 있어 중국이 어부지리로 자신들의 질서를 규범으로 정하게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임기가 제한된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가 임기 내에 하기 어려운 정책들을 무리해서 추진하면 결국 발목을 잡힌다. 미국의 통제가 화웨이의 독자적 혁신을 부추긴 것처럼 트럼프의 방식은 기대 효과보다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미-이란 전쟁은 미국의 위상과 이미지가 실추됐다는 점에서 실패한 전쟁으로 볼 수 있다. 또 북한 같은 잠재적 적국에 ‘미국과 싸워서 반드시 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인식이 확산할 수 있어 우려된다. 우리는 과거 미·중 사이에서 입장과 전략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실에서 미·중과의 문제는 외교, 군사, 경제가 혼합되어 모든 것이 맞물려 있다. 동맹, 연대, 민족주의에 치중하는 단순한 방식 말고 다차원적인 구상이 필요하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9년 만에 열린 미·중 회담을 보며 달라진 양국의 위상을 느꼈다. 2017년에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회담을 압도했지만, 이번에는 중국이 상당 부분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과거 미국이 독점하던 ‘무기화된 상호 의존 체제’에 균열이 생겼다. 지난해 부산 회담에서 양국이 ‘휴전’에 합의한 건 서로를 완전히 파괴할 수 없는 ‘상호확증파괴’ 구조가 작동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다만 미국의 힘이 약화한 것이 곧 중국의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국은 현재의 상대적 부상을 절대적 부상으로 전환하기 위한 장기 전략을 세우고 있다. 경제학자 린이푸(林毅夫)는 중국의 1인당 GDP가 미국의 절반에 도달하고, 핵심 5개 성의 1인당 GDP가 미국과 대등해질 때 비로소 미·중 관계의 판도가 바뀔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첨단 기술 개발, 전력 확보, 공급망 안정을 긴밀히 연결하는 ‘생태계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 ‘삼위일체’ 구조가 완성될 때 미국과 대등한 협상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자원 배분의 왜곡, 사회적 격차 확대, 소비 성장 둔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이러한 내부적 취약점을 향후 10년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국의 큰 숙제다.

이번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일본의 변화를 단순한 외교 정책의 변화가 아닌 ‘우익 근본주의의 등장’으로 규정하며 우려를 표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이 주도권을 쥐려는 모습을 보였다. 정상회담 후 중국 측만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다고 발표한 것이 그 예다. 현재 한·중 관계는 대만 비자 표기 문제 등으로 정치적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경제 교류와 별개로 외교적 소통 채널이 막혀 있어, 모멘텀을 찾아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중견국 연대’와 같은 막연한 구호 대신,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술을 고민해야 한다. 희토류 연대를 논한다면 핵심인 중희토류 확보 방안을, 중견국 외교를 편다면 우리의 정체성과 맞는 국가가 누구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각론을 그리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지난달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남해(中南海) 순일재(純一齋)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남해(中南海) 순일재(純一齋)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수직적·수평적 완결성 갖춰가는 중국 공급망, 빈틈 공략해 이익 취해야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트럼프와 시진핑이라는 두 ‘스트롱맨’의 개인적 성향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보면 좀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 특히 시진핑에게 대만 문제는 단순한 외교 현안이 아니라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과제다. 중국은 대만의 법적 독립 선언뿐 아니라 ‘통일 거부’ 자체를 독립으로 간주하고 있어 미국, 대만 그리고 그 외 국가들과 상당한 인식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향후 대만 해협의 불안정성은 ‘대만 독립’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해석과 통일 압박 과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군부 상황이나 상륙작전의 어려움 등 여러 제약 요인이 존재하지만, 중국이 군사·비군사적 조처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대만 해협 위기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외교·안보, 공급망, 금융시장 분야의 대응 시나리오를 사전에 점검하고 준비해야 한다.

▶한우덕 차이나랩 고문
‘신형대국관계’는 시진핑 주석이 2012년 방미 당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을 때 처음 언급한 개념이다. 그때 중국은 미국보다 열세였음에도 저돌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언급된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는 기본적으로 같은 맥락이지만, 표현에서 과거와 달리 한층 여유로워진 중국의 달라진 위상이 느껴진다. 이는 미국을 대등한 상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과거 중국은 중간재를 수입해 조립·판매하는 수직적 분업 구조에 의존했는데, 지금은 기술의 발전으로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자체 생산하는 ‘수직적 완결성’을 갖췄다. 더욱 놀라운 건 '수평적 완결성'이다. 중국은 산업을 고도화하면서도 임가공 같은 저부가가치 산업을 포기하지 않고 내부에 유지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 기술부터 저임금 산업까지 모든 산업 분야를 아우른다. 이는 중국 경제가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막기 어려운(unstoppable)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압박 정책은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을 통한 견제’와는 다른 양상이다. 하지만 미국 혼자서는 완결성을 높여가는 중국 공급망을 고립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트럼프 이후 미국은 ‘서방 공급망’을 재건하는 방향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중국 대 서방’이란 공급망 대결 구도는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 공급망은 정부 주도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그만큼 허점도 많지만 한국은 서방 진영 내에서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강력한 제조업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독자 노선을 강화할수록 우리는 서방과의 연대를 통해 기회를 찾아야 한다. 동시에 중국을 가장 잘 아는 나라로서 중국의 빈틈을 공략해 양쪽에서 우리의 이익을 취하는 전략적 지혜가 필요하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실리형 전략과 자강에 기반한 ‘액티브 헤징’으로 전환할 시점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나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트럼프는 미국의 대만 전쟁 개입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핵심은 양안 관계의 현상 유지다. 중국은 현재 전쟁을 선택할 유물론적 동기가 약하고, 군부가 준비되지 않았으며 지휘 체계가 공백 상태다. 인민해방군과 미군 모두 양안 전쟁을 기피할 것이고, 당장 전쟁 가능성은 작다.

향후 미국은 중국에 굴복하거나 타협하기보다 ‘천하 삼분론’적 제3의 길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북극해에서 레버리지를 만들고, 그린란드·남미에 집중해 천연자원 기반의 공급망을 재구성하려 할 것이다. 미국은 한국·일본을 최전방으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크고, 중국은 이에 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한국은 미국이 가장 큰 베네핏(혜택)과 코스트(대가)를 동시에 줄 수 있는 구조에 놓여 있다. 미·중 간 완전한 디커플링은 불가능하므로, 하이밸류·하이테크 영역에서 미국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서도, 엔비디아처럼 그 바로 아래 사양을 신속히 개발해 중국 수요를 맞추는 실리형 전략이 필요하다. 과거의 수동적 헤징은 용납되지 않으니, 자강에 기반을 둔 ‘액티브 헤징(active hedging)’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디테일한 정책 설계와 전문 인력 확보가 필수다.

▶이홍규 동서대 중국연구센터 소장
‘적극적 헤징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북 관계 개선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남북 관계를 개선한다면 우리가 미국이나 중국을 상대로 더 주체적인 외교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이 중국을 제외한 최고의 제조업 강국으로서 서방의 가치 사슬(value chain)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가 타당한지 궁금하다. 만약 우리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면, 오히려 한반도가 더 위험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중국이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공격 가능성까지 고려하게 될 여지가 더 커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상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 팀장
서방의 밸류 체인 내에서 우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는 우리가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해서가 아니라, 기존에 중국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우리가 ‘가성비’를 앞세워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이 한반도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사공관숙([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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