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 '대만 언급' 피해도…필리핀 장관 "유사시 피난처 제공"
체코 상원의장도 대표단 이끌고 대만 방문…中, 즉각 반발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미국 국방수장이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대만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가운데 필리핀 국방장관의 중국을 겨냥한 강경 발언이 주목받았다.
대만이 아닌 중국과 공식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서방 고위 인사들이 중국 압박에도 불구하고 대만과 교류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1일 블룸버그통신과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은 대만해협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인도주의적 고려에 기반해 필리핀 북부 지역에 안전한 피난처를 개방해 민간인을 수용하는 데 "정치적으로 이의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지난달 29∼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 기간 진행된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미중 간 긴장 국면이 소폭 완화됐음에도 필리핀은 여전히 중국으로부터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시 대만인 피난 수용 의사를 시사한 이번 발언에 중국 측 반발이 예상된다. 그는 대만에 현재 필리핀 출신 약 2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중국은 대만과 평화 통일을 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면서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테오도로 장관은 필리핀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하기는 하지만 외교적 승인과 관련 없는 분야에서는 필리핀-대만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중국의 공세적 움직임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 등 동맹·안보 파트너들과 방위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일본·베트남·대만 등과도 공동 목표 아래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 국가·지역을 필리핀과 함께 중국의 확장 시도에 대응하는 공조·협력 관계의 일부로 규정했다.
그의 강도 높은 발언들은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같은 기간 중국에 대한 강경 발언을 상당히 자제한 것과 대조됐다.
헤그세스 장관은 대만 문제에 대한 언급은 비껴간 채 "미중 관계는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수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바로 1년 전 그는 같은 행사에서 "중국은 실제적이고 즉각적인 위협"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구리슝 대만 국방부장은 헤그세스의 연설에 대해 "우리는 계속해서 자위 역량을 강화할 것이며 대만과 미국은 긴밀한 교류를 유지할 것"이라고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했다. 미국의 대(對)대만 무기 패키지 판매는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만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중미 관계를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다며 이례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중국 인민해방군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지역인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필리핀명 바조 데 마신록 혹은 파나타그 암초) 주변 해역과 공역에서 전투준비 순찰을 하며 이른바 '무력 시위'를 벌였다.
대만문제를 둘러싸고 국제사회를 향한 중국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반도체 강국'인 대만과의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체코 보수우파 야당인 시민민주당 소속 밀로시 비스트르칠 상원의장은 기업인 등 40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이끌고 1∼4일 대만을 방문 중이다. 그는 라이칭더 대만 총통 및 대만 기업인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번 방문에 대해 중국 측은 즉각 반발했다.
체코 프라하 주재 중국대사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31일(현지시간) "중국 측은 체코 측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격히 준수하고 잘못된 행동이 초래한 부정적 결과를 없애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를 즉각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체코는 대부분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공식적으로는 대만이 아닌 중국과의 외교만을 승인하고 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대만과 가까워지며 대만으로부터의 투자도 늘고 있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린자룽 대만 외교부장은 지난달 프라하에서 열린 포럼에서 연설도 했다.
지난달에는 캐나다 보수당의 마이클 충 의원이 대만을 방문해 라이칭더 대만 총통 등과 만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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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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