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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확약 먼저 vs 제재 해제 먼저’ 대치 지속...미, 이란 군사시설 또 공습

중앙일보

2026.05.31 22:18 2026.06.0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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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 종식을 위한 미국과 이란 간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사실상의 핵포기 확약을 요구하자, 이란이 ‘노딜’까지 언급하며 역으로 제재 해제에 대한 확약을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인근 버지니아에 위치한 자신이 소유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마친 뒤 복귀하는 길에 기자들에게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인근 버지니아에 위치한 자신이 소유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마친 뒤 복귀하는 길에 기자들에게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종전 협상이 재차 일주일 미뤄질 거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이 다시 이란의 군사시설을 공습하는 등 군사적 공방도 계속됐다.



‘핵무기’ 확약 요구에…‘노딜’도 불사

CNN은 31일(현지시간) 백악관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보낸 수정안과 관련한 사안을 전달받은 중동 국가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핵과 호르무즈해협 관련 사안에 대한 확약을 얻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협상이 일주일 연장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버지니아 스털링에 위치한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으로 향하는 차량 안에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버지니아 스털링에 위치한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으로 향하는 차량 안에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며느리 라라 트럼프가 진행하는 폭스뉴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서명과 함께 즉시 호르무즈해협을 열 수 있기 때문에 합의할 것”이라면서도 “한 가지 확보해야 할 보장은 (이란에) 핵무기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에게 핵무기 개발은 물론 제3국을 통한 핵무기 구매도 하지 않겠다는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합의안을 거부한 이유가 MOU에 사실상의 ‘핵포기 선언’을 담기 위해서란 의미로 해석된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도 이날 폭스 인터뷰에서 “임무 완수(finish the job)는 호르무즈해협이 개방되게 하고, 우리가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하며,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않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호르무즈와 핵과 관련한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자 이란의 타스님 통신은 해당 사안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도 당연히 합의문에 자체적 수정안을 반영할 것”이라며 “이란은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상황(노딜)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돈거래” 비판…자금 동결 해제 부담

이란은 미국이 요구하는 핵 관련 사안에 대해선 종전합의 이후 이어질 60일간의 추후 회담을 통해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핵 개발은 물론 핵무기 구입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하는 자금 동결 해제 조치를 MOU 초안에 담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30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위치한 이슬람 혁명 광장에서 열린 친정부 집회에서 한 소녀가 암살된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얼굴이 비춰지는 스크린 앞을 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위치한 이슬람 혁명 광장에서 열린 친정부 집회에서 한 소녀가 암살된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얼굴이 비춰지는 스크린 앞을 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러한 구조의 합의안 초안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안 서명을 거부한 주요 요인이 됐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가 체결한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돈거래’라고 비판하며 2018년 JCPOA에서 탈퇴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핵에 대한 명확한 확약 없이 동결 자금 해제에 동의할 경우 정치적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 미국의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금 동결 해제가 포함된 잠정 합의안에 우려를 표해왔다고 전했다. 더구나 이란 내 농축 우라늄을 미국이 아닌 제3국 또는 이란 내에서 해체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공화당 내에서도 전쟁의 성과에 대한 비판이 확대된 상태다.

지난달 28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설치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는 광고판 앞에서 이란 시민이 이란 국기를 흔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설치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는 광고판 앞에서 이란 시민이 이란 국기를 흔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은 이날 의회 본회의 연설에서 “객관적 성과를 얻기 전까지, 이란의 권리를 확보했다는 확신을 얻기 전까진 어떤 합의도 승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반드시 얻어내야 할 구체적 성과이고, 그 대가로 우리는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며 사실상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를 종전 합의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란 내에서 미국과의 협상을 둘러싸고 강경파와 협상파의 갈등이 이어지는 징후도 포착된다. 협상파로 인식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는 보도가 이란 언론에서 나왔으나 대통령실은 이를 부인했다. 페제시키인 대통령은 31일 열린 내각 회의에서 “이란의 리더십은 제한된 소수 집단의 지도자와 관료들만으로 구성돼선 안 된다”며 의사 결정을 장악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겨냥하는 발언을 했다고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이 전했다.



호르무즈 통과 선박 하루 3척 불과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 인터뷰에서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고 있다”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부담을 신경 쓰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반복했다.

현지시간 30일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해 있는 선박들. 로이터=연합뉴스

현지시간 30일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해 있는 선박들. 로이터=연합뉴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이날 ABC 인터뷰에서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조건에 동의하도록 이란에 많은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며 “(경제 제재로)고정 소득으로 생활하는 (이란)사람들은 정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봉쇄를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과 관련해선 “미국의 원유 재고가 여전히 수십억 배럴 수준에 달하고 당분간 버틸 여력이 충분하다”며 “해협이 개방되면 1∼2개월 내 전 세계 정유시설에 필요한 양의 원유가 공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관리를 인용해 최근 3주간 조명과 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암흑 항해’ 상태에서 미군의 지시를 받으며 해협을 통과하는 데 성공한 선박은 70척가량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하루 평균 3척 수준이다. 전쟁 전 호르무즈해협엔 매일 100여척의 선박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중동산 원유를 전 세계로 실어날랐다.

“취임 24시간 내에 끝낼 것”이라고 했던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가자 지구에서의 전쟁이 여전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속전속결을 자신했던 이란전쟁까지 교착 상태에 빠지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진행한 내각회의 도중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지목하며 이란 전쟁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진행한 내각회의 도중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지목하며 이란 전쟁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NYT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대한 야망이 글로벌 현실의 벽에 부딪힌 불가피한 결과”라며 “이는 과도한 개입의 결과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NYT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서의 군사작전 성공에 도취해 ‘미군이 해내지 못할 일은 없다’고 가정하는 등 미국의 힘을 근본적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하기도 했다.

양측의 ‘휴전을 전제한’ 군사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1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번 주말(5월 30~31일) 이란 고루크와 게슘섬에 있는 이란의 레이더 및 드론 통제 시설에 대해 자위권 차원의 공습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으로 호르무즈해협 근처의 선박에 명백한 위협을 가한 이란의 자폭 드론 2대, 방공망, 지상 통제소를 신속히 제거했다고 사령부는 설명했다.

이란도 즉각 보복 공격에 나섰다. IRGC는 이날 이란 국영방송을 통해 “미군 공격의 원점인 공군 기지를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보복의 표적은 쿠웨이트 내 미국 공군기지인 것으로 관측됐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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