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30일 중국 마카오에서 열린 비욘드 엑스포 행사에 초대형 부스를 행사장 한가운데 차린 건 엔비디아였다.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서도 엔비디아가 중국 내 전시회에 나온 이유는 중국을 포기할 수 없어서다. 엔비디아 생태계에서 중국의 위상은 크다. 대표 사례가 엔비디아가 운영하는 첨단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 '인셉션'. 엔비디아는 각국 스타트업들에게 엔비디아 제품을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고 개발자 포럼 등에 초대한다. 일종의 장학생인 셈이다. 세계 100개 국가에서 3만여개 스타트업이 참여하는데 중국 스타트업 중에 인셉션 참가업체는 3500곳이나 된다.
이번 전시회에도 인셉션 프로그램에 참여한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 로고와 뱃지를 달고 부스를 열었다. 선전에 위치한 과일수확용 로봇팔 기업 쿠니우 등 40곳을 선발해 참가했다. 천룬 엔비디아 인셉션 담당자는 "비욘드 엑스포에 엔비디아는 계속 참가해왔고 내년에도 40곳을 엄선해 참가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도 엔비디아는 중국 스타트업들을 키운다. 자사의 생태계에 편입하기 위해서다. 엔비디아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인 인셉션에 참가한 중국 스타트업들이 27~30일 중국 마카오에서 열린 기술박람회 '비욘드 엑스포'에 부스를 차린 모습. 마카오=서유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첨단 칩 수출길을 봉쇄하며 강경하게 나와도 엔비디아가 중국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중 갈등 속에서도 엔비디아는 중국 스타트업들을 키운다. 자사의 생태계에 편입하기 위해서다. 엔비디아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인 인셉션에 참가한 중국 스타트업들이 27~30일 중국 마카오에서 열린 기술박람회 '비욘드 엑스포'에 부스를 차린 모습. 마카오=서유진 기자
엔비디아의 진짜 자산은 GPU(그래픽처리장치) 하드웨어가 아닌 CUDA 소프트웨어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CUDA: 엔비디아가 개발한 병렬 컴퓨팅 플랫폼이자 프로그래밍 모델. GPU가 AI 학습 및 빅데이터 분석 등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으로 처리하게 돕는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AI 연구 인력과 스타트업 생태계가 있다. 중국의 AI 개발자, 대학, 연구소가 CUDA 기반으로 모델을 개발한다. 중국의 헬스케어·농업·물류 로봇 등이 엔비디아의 CUDA 생태계에 속해 있다.
디푸 탈라 엔비디아 부사장은 지난달 27일 개막식 연설에서 “우리는 중국 로봇 기업 애지봇, 유니트리 등과 협업 중이다”고 소개했다.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가속기 H20의 중국 수출길은 막혔지만, 엔비디아의 로봇 자동화 플랫폼인 아이작(Isaac) 등은 중국에서 여전히 쓰인다. 탈라 부사장은 “로봇은 동작 지연 시간이 적고, 안전하고 경제적이어야 한다”면서 “로봇의 뇌를 만들고 시뮬레이션하는데 엔비디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도 엔비디아는 중국 스타트업들을 키운다. 자사의 생태계에 편입하기 위해서다. 엔비디아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인 인셉션에 참가한 중국 스타트업들이 27~30일 중국 마카오에서 열린 기술박람회 '비욘드 엑스포'에 부스를 차린 모습. 부스에 가재 모양 인형이 함께 전시돼 있다. 자율형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플랫폼인 오픈클로를 중국에선 가재라고 부른다. 마카오=서유진 기자
엔비디아가 중국에 초조하게 러브콜을 보내는 사이, 중국은 탈(脫) 엔비디아 환경을 조성하느라 분주하다. 화웨이 어센드(Ascend) 등 중국산 칩 성능은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화웨이는 2031년까지 트랜지스터 밀도를 높여 공정 수준을 1.4㎚(나노미터·10억분의 1m)까지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만 TSMC가 2028년 하반기, 삼성전자가 2029년 1.4㎚ 양산에 들어갈 전망인데, 화웨이가 이 목표를 달성하면 기술 격차는 더 좁혀지게 된다.
중국산 칩이 좋아질수록 화웨이 생태계인 CANN(화웨이가 만든 AI칩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중국 AI칩 기업 무어스레드의 생태계인 MUSA를 택하는 중국 기업은 늘어날 터다. 모두 CUDA를 위협하는 존재다. (※다만 아직 중국은 엔비디아의 첨단 칩이 필요하다. 최근 일본·동남아시아 등에서 엔비디아 칩 밀수를 벌이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진짜 무서운 순간은, 엔비디아 칩의 밀수가 뚝 끊기는 순간일 것이다.)
한국 입장에선 미·중 AI 경쟁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실리적이고 전략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의 강점인 제조업 및 중공업 인프라와 결합한 '산업용 AI', AI 추론 등에 특화한 NPU(신경망처리장치) 등에 힘을 기울여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