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현지시간) 레바논의 전략적 요충지인 보포르 지역에 위치한 성 위로 이스라엘 국기가 펄럭이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레바논 내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습 확대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에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충돌을 이어가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를 상대로 새로운 휴전 구상을 제시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헤즈볼라를 겨냥한 지상전을 확대해 레바논의 전략적 요충지인 보포르(Beaufort)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보포르 일대에는 이란의 지원 아래 구축된 것으로 알려진 헤즈볼라의 핵심 군사 인프라가 자리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이곳을 거점으로 이스라엘 본토와 레바논 남부에 배치된 이스라엘군을 향해 로켓을 발사해 왔다”고 주장했다.
보포르는 12세기 십자군 원정대가 점령했던 고지대 성이 위치한 지역으로,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와 헤즈볼라의 핵심 거점인 레바논 남부 나바티에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요충지다. 이스라엘군이 이 지역을 다시 장악한 것은 25년 만이다. 이스라엘은 1982년 레바논 침공 당시에도 해당 성을 점령했으며 2000년 철수 때까지 통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5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속) 페달을 더욱 세게 밟으라”며 헤즈볼라에 대한 공세 강화를 지시한 이후 이스라엘군의 진격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영토 내 10㎞까지 설정됐던 기존 작전 한계선인 ‘옐로라인’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양국 국경선인 ‘블루라인’에서 북쪽으로 약 30㎞ 떨어진 리타니강을 돌파했다.
이후 이날 보포르를 장악한 이스라엘군은 현재 리타니강보다 약 10㎞ 북쪽에 위치한 자흐라니강 방면으로 진격을 이어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작전 직후 영상 성명을 통해 “보포르 점령은 우리가 주도하고 있는 군사 정책의 극적인 단계이자 극적인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31일 레바논 남부의 파괴된 건물들 사이에 이스라엘 탱크가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대한 공습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포스트는 지난달 31일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들이 미국에 베이루트에서 공습을 확대할 수 있게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인구 밀집 지역인 베이루트에 대한 공습을 자제해 왔으나, 지난달 28일 이를 3주 만에 재개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를 승인할지는 미지수다. 이스라엘의 공습 확대가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 있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란은 종전 협상 과정에서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중단”을 요구해 왔는데 최근 이스라엘군의 움직임은 이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특히 ‘시아파 맹주’를 자처하는 이란으로서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레바논 내 시아파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종전 합의에 나서기 쉽지 않다.
이에 미국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를 향해 새로운 휴전 계획을 제안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네타냐후 총리 및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과 잇달아 접촉해 새로운 형태의 단계별 휴전 구상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대한 모든 공격을 중단하면 이스라엘은 베이루트에서의 군사적 긴장 고조를 자제하는 것이 골자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 기자 바라크 라비드에 따르면 이번 주 미국 워싱턴에서 이스라엘·레바논 간 추가 회담도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