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이란 테헤란에서 초대 최고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 2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3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왼쪽부터)의 모습이 그려진 벽화 앞을 한 이란 여성이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이 이란에 탄도미사일 원료를 공급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중국 민간 기업이 이란산 석유를 사는 대신 탄도미사일 추진에 쓰이는 화학물질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측에 넘겨주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2500개의 탄도미사일 제조가 가능한 원료를 이란에 넘기려 했다고 이란 반정부매체 이란 인터내셔널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인터내셔널은 국제 해킹 조직 ‘프라나 네트워크’로 부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문서를 입수했다. 프라나 네트워크는 이란 정권의 제재 우회와 불법무기 거래 정보를 폭로하는 조직이다.
지난 4월 27일 이란 테헤란에 탄도미사일 모형이 전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란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은 ‘하오쿤(昊坤) 에너지’다. 수년간 IRGC의 석유를 중국 정유사에 중개 판매해 온 곳이다. 지난 2022년 IRGC 해외 담당 특수부대인 쿠드스군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혐의로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이후 이란 측에 석유 관련 대금 납부가 어려워졌다. 이란 인터내셔널은 “하오쿤이 여전히 IRGC에 10억 달러(약 1조 5000억원) 이상의 석유 판매대금을 미지급한 상태”라고 전했다.
하오쿤은 돈이 아닌 ‘현물’ 제공으로 거래 형태를 바꾼다. 무기, 미사일 연료 물질로 이란 측에 주지 못한 석유 구매 대금을 대신하는 방식이다. 상당 부분은 과염소산나트륨 등 탄도미사일 고체 연료 물질이었다.
국제사회 제재를 피하기 위해 제3국에 만들어진 위장 회사를 이용해 거래했다. 하오쿤은 튀르키예에 등록돼 있는 기업 ‘골든 글로브 데미르 첼릭(GDCP)’과 특수 장비용 화학제품 공급 계약을 맺었다. GDCP는 튀르키예에 본사가 있지만, 실상은 IRGC가 운영하는 회사다. GDCP가 하오쿤에 보낸 한 이메일 발신자엔 모하마드레자 사드르란 이란 국적자의 서명이 있었다.
이란 인터내셔널은 “하오쿤은 GDCP를 통해 이란에 염소산나트륨 2000t과 과염소산나트륨 1만t을 선적할 계획이었다”며 “이는 4300만 달러(약 650억원)어치로 탄도미사일 약 2500발에 필요한 고체연료를 생산하기에 충분한 양”이라고 전했다.
이란 반정부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이 입수한 이메일. 지난해 12월 중국 기업 하오쿤에너지가 아흐마드 모하마드자데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해군 부사령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에 보낸 것으로 보인다. 사진 이란인터내셔널 홈페이지 캡처
하오쿤 측이 “모하마드자데 장군께”란 문구로 GDCP에 보낸 이메일도 있었다. 이란 인터내셔널은 해당 인물이 IRGC 해군 전 부조정관이자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집권 시절 부셰르주 주지사를 지낸 아흐마드 모하마드자데라고 추정했다. 하오쿤은 은행 보증을 얻기 위해 ‘모스타’라는 기업도 설립했는데 이는 사실상 GDCP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였다.
하오쿤은 거래를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했다. 중국 세관 당국의 협조하에 기밀 채널을 통해 활동을 벌였고, 이란 측에도 정보 공개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양측간 비밀 무역은 지난해 4월 26일 이란 남동부 샤히드 라자이 항구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40여명이 숨진 후 더 어려워졌다. 해당 폭발이 과염소산나트륨 선적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서방언론을 통해 나온 뒤 운송을 담당할 선박을 찾기 힘들어서다.
지난해 4월 26일 이란 남동부 반다르압바스 지역 샤히드라자이 항구에서 폭발로 인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40여명이 숨진 사고의 원인으론 미사일 고체 연료의 성분인 과염소산나트륨이 지목됐다. 사진 위키피디아
그럼에도 중국은 이란에 여전히 과염소산나트륨 등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 3월 워싱턴포스트는 이란과 연관된 제재 대상 선박 두 척이 과염소산나트륨을 싣고 중국 가오란항을 출발해 이란 해역으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 미군이 호르무즈해협과 이어진 오만만에서 함포를 발사하고 나포한 상선 투스카호엔 중국에서 이란으로 향하던 군사용으로 쓸 수 있는 이중용도 물자가 실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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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지하 미사일 터널 입구 69개 중 50개 복구”
지난달 26일 이란 테헤란에 항공모함이 미사일에 피격되는 모습을 그린 벽화 앞을 한 여성이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편 지난 2월 28일 전쟁 발발 후 미국과 이스라엘이 타격한 이란 미사일 기지 상당수가 복구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CNN이 보도했다. CNN은 위성사진을 분석해 이란의 18개 지하 미사일 시설로 연결되는 69개의 터널 입구 중 50개가 복구됐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 주요 성과로 내세운 이란의 미사일 전력 무력화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제임스 마틴 비확산 연구센터의 샘 레어 연구원은 “이란이 여전히 보유 중인 미사일 재고로 재무장하는 걸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이란은 미국 정보 당국이 재건을 위해 필요하다고 예상한 타임라인을 모두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