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생명공학과 권호정 교수 연구팀이 단백질 항상성 조절 샤페론 단백질인 VCP/p97 억제제가 소기관 접촉 부위를 조절하고, 이에 따른 칼슘 분포의 차이가 암세포와 혈관 세포에서 서로 다른 자가포식을 유도하여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기전을 규명했다.
세포 안에는 미토콘드리아·소포체·라이소좀 등 다양한 소기관이 있다. 이들은 10~30㎚ 거리의 막 접촉 부위(MCS)를 통해 칼슘 이온, 지질, 대사산물 등을 교환하며 세포 항상성을 유지한다.
암세포는 무분별하게 증식하는 과정에서 단백질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단백질 합성과 접힘에 관여하는 샤페론 단백질을 많이 발현한다. 이 가운데 VCP/p97은 유비퀴틴화한 기질을 분리해 프로테아좀으로 전달하며 단백질 항상성을 조절한다. 이는 암세포에 고발현돼 생존을 돕기 때문에 항암 치료 표적으로 주목받았다. 다만 VCP 억제제가 정상세포와 달리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분자 기전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항암제로 인해 암세포 주변의 정상 혈관 세포까지 과도하게 손상될 경우, 저산소 환경이 조성되어 암 성장을 돕고 약물 전달 효율을 떨어뜨리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VCP 억제제가 세포막·소포체·미토콘드리아의 접촉 부위를 조절해 암세포와 혈관 세포의 자가포식을 다르게 제어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혈관 세포에 VCP 억제제를 처리하면 세포질 칼슘이 증가하고 AMPK·TFEB 경로가 활성화해 적응성 자가포식이 유도됐다. 이를 통해 단백질 항상성과 세포 생존이 유지됐다. 반면 대장암 세포는 VCP 억제제 처리 후 칼슘 항상성 유지에 실패했다. 미토콘드리아 안에 칼슘이 과도하게 축적되고 자가포식 결함과 세포 사멸이 유도됐다.
이번 연구는 단백질 항상성이 무너지는 스트레스 환경에서 소기관 접촉 부위 조절과 칼슘 항상성이 세포 운명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임을 제시했다. VCP 억제제가 암 성장을 억제하면서도 정상 혈관을 보존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보존된 정상 혈관은 종양 안으로 약물이 전달되는 효율을 높여 항암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권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백질 항상성 붕괴 때 발생하는 소기관 접촉 부위 변화가 세포 간 칼슘 분포와 자가포식 유도의 차이를 만들고, 결과적으로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항암 기전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자가포식 분야 국제학술지 ‘오토파지(Autophagy)’에 5월 18일 온라인 게재됐으며, BRIC의 한빛사 논문으로도 소개됐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자 사업, 연세대 ICONS 사업, YFL, BK21 Four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고유빈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 고민정 박사·Marius Ueffing 교수·강혜진 교수가 공저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