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기업인 일본 토요타의 키토 케이스케 노조 위원장이 지난 3월 노사협의회에서 한 발언이다. 임금협상 자리에서 경영진이 아닌 노조가 스스로 생산성을 높이겠다고 다짐하는 ‘낯선’ 모습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N% 성과급’을 두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국내에도 토요타 같은 협력적 노사 관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는 1일 ‘토요타 노사관계의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고, 최근 노사관계의 문제점으로 ▶기업 이익 분배 요구 등 ‘분배적 교섭’ ▶개정 노조법(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혼란 증가 ▶파업과 과격 투쟁 만연 등을 꼽았다. 이어 토요타 노사가 올해 노사협의회에서 보여준 상생의 노력이 시사점을 준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키토 위원장은 지난 2월 1차 노사협의회에서 “품질 문제로 빈번하게 가동이 정지되고 프로젝트가 지연돼 고객에게 큰 폐를 끼치고 있다. 변혁에 방해가 되는 것이 있다면 성역 없이 재검토해 나가겠다”고 했다. 또 “지금까지 방식을 계속한다면 고정비는 오르기만 할 것이다. 스스로 바꾸겠다는 각오가 부족했다”고도 했다.
인공지능(AI)을 수용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자는 제안도 노조에서 먼저 나왔다. 아키야마 다이키 토요타 노조 부위원장은 “AI를 도구로만 쓸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기술은 무엇인가, 부가가치는 무엇인가 고민하면서 모든 걸 새롭게 바꿀 각오”라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임금을 두고 싸우는 ‘춘투(春鬪)’가 아니라 과제를 공유하는 ‘춘공(春共)’으로 나아가자고 결의했다.
반면 토요타와 경쟁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10일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맞는 첫 임금협상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과 상여금 800% 인상, 주 4.5일제 근무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AI 도입시 고용을 보장하라는 요구도 담겼다. 2025년 현대차 순이익(10조3648억원)을 고려하면 성과급으로 3조원 이상을 지급하라는 요구다. 지난해 토요타와 현대차는 나란히 최대 매출 기록을 세웠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떨어져 수익성 위기에 처해 있다. 여기에 전동화와 자율주행에 들어가는 투자 규모는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이익배분 요구는 노동계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기아·HD현대중공업·LG유플러스에선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카카오는 10% 성과급 요구가 나왔다. 업황이 좋지 않은 석유화학, 철강업계에서도 분배 요구가 거세다. LG화학 노조는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배당 수익을 직원과 나누라고 요구했다. 현대제철 노조도 성과급 150% 인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과도한 이익 분배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글로벌 완성차 업계 1위 기업조차 노조가 먼저 생존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노사 관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노사는 다음 세대 노동 시장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책무가 있는데, 성과 배분만 논의하는 건 명분이 떨어진다”며 “변화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그 논의를 반드시 같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