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왼쪽)가 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2026 BOK 국제 컨퍼런스’에서 이자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와 정책 대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 경제 상황을 두고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과 관련해서 통화정책을 조정하는 데에 장애물이 적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기준금리를 인상할 조건이 갖춰졌다는 의미다.
1일 한은에서 열린 ‘2026년 BOK 국제 컨퍼런스’에서 신 총재는 이자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와 대담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신 총재는 “경제 성장 관련 양상은 한국과 유로 지역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한국의 올해 1분기(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년 대비 3.6%를 기록하고, 실질 국내총소득(GDI)이 반도체 가격 상승 영향으로 전년 대비 12.3% 늘어난 점을 들면서다.
신 총재는 “경제가 강력할 때는 고려해야 할 딜레마가 적어진다”며 “주택 가격, 가계부채, 환율 등 모든 지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 이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재차 시사한 것이다. 신 총재는 또 “한국은 넓은 운신의 폭을 갖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다”며 “우호적 요건을 최대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슈나벨 이사도 전쟁으로 인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졌다는 점에 공감했다. 그는 “이번 충격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중국에서조차도 생산자 물가 상승세가 상당히 강하다”며 “이런 양상이 근원 물가(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기조적 물가 흐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중앙은행, 그리고 화폐의 미래’를 주제로 이날부터 이틀간 열린다. 슈나벨 이사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스테이블코인은 금융 안정성 위험을 고조시키고 통화정책 파급효과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국제 통화질서에도 영향 미칠 수 있다”며 “현재 달러 표시 스테이블 코인 비중이 높은 만큼 미 달러의 지배력이 고착화하고, 신흥국에선 달러 표시 자산 보유가 늘어 통화 주권이 위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이 수동적 관찰자로 머물 수 없다”며 “스테이블코인의 예비자산 구성을 평가하고 상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등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슈나벨 이사 외에도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준코 코에다 일본은행(BOJ) 위원, 토비아스 아드리안 국제통화기금(IMF) 통화자본시장국장 등이 참석했다. 학계에서도 토마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 로버트 타운젠드 메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프린스턴대 교수 등이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