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거래가 사실상 24시간 체제로 바뀐다. 환전하기 편해지고 시장 접근성도 높아지지만, 단기 변동성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일 서울외환시장운영협의회(외시협)는 지난달 29일 총회를 열고 7월 6일부터 원·달러 외환거래 시간을 24시간 무중단 방식으로 운영하는 행동규범 개정을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인 거래 시간은 뉴욕 서머타임 기준 월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로 바뀐다. 주말과 1월 1일을 제외하면 국내 공휴일에도 거래가 가능해진다.
외시협은 “외환거래 시간 공백을 해소하고, 국내외 투자자와 수출입 업체의 환전 편의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최근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유지해 온 외환 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획기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번 개편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과제로 추진됐다. 한국은 경제발전 단계와 시장 규모·유동성 측면에서는 선진시장 기준을 충족하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외환시장 등 접근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MSCI 지수 산출 때 신흥시장으로 분류돼왔다. 한국이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지수를 그대로 따라 투자하는(패시브) 펀드 등을 중심으로 약 300억 달러 이상의 자금 유입 효과가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개편으로 밤 사이 원화값을 정하던 역할이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서울 외환시장으로 일부 넘어올 수 있다고 예상한다. 지금까지는 한국 시장이 닫힌 야간에 미국 금리나 뉴욕 증시 같은 변수가 생기면 원·달러 환율이 역외 NDF에서 먼저 움직였고, 서울 시장은 다음 날 아침 이를 따라 출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NDF는 실제 원화를 주고받지 않고 달러로 차액만 정산하는 역외 거래다. 원화를 갖고 있지 않아도 원화 약세에 베팅할 수 있다. 역외 투자자의 원화 약세 베팅은 은행의 헤지(위험 회피 거래)를 거쳐 서울 현물환 시장의 달러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꼬리(역외 NDF)가 몸통(서울 시장)을 흔드는 ‘웩더독’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원화 국제화를 추진해서 이런 거래를 제도권 안에 끌어들이는 것”이라며 “원화와 달러화 간 스와프 거래가 실제로 원화를 확보해서 원금을 다시 돌려주는 방식으로 이뤄지면 원화 사용 범위가 넓어지고 양성화·투명화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빛이 있는 곳으로 거래를 가져오자는 취지”라는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통계를 보면 한국의 경제 규모는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4위에 올라있지만, 원화는 전 세계 결제 통화 순위에서 20위권 밖에 밀려나 있다. 결제 비중도 0.1% 안팎에 그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외환시장이 경제 규모에 비해 작기 때문에 환율이 올라갈 때는 더 올라가고 내려갈 때는 더 내려가는 경향이 있다”며 “24시간 시장 개방은 시장 크기를 키우기 위한 방법의 하나”라고 말했다.
다만 24시간 개방이 단기에 환율을 안정시키는 효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구조에서는 24시간 개장만으로 환율이 크게 하락하고 안정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뉴욕 장이 끝나고 아시아 장이 열리기 전에는 거래량이 줄어 작은 거래에도 환율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6원 내린 1504.3원에 마감했다. 오후 종가 기준 11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이어갔는데, 이날 장중 변동 폭(18.2원)은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컸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문제가 쉽게 끝날 상황이 아니고, 환율을 둘러싼 시장 불안 요인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