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찾은 부산 금정구 범어사 사찰음식연구소(이하 연구소). 박상우 사찰음식연구소 전문 지도자가 봄나물 장아찌를 만들기에 앞서 미리 담가둔 버섯 장아찌를 건네자 수강생들은 “양념 맛으로만 먹던 버섯에서 깊은 맛이 난다”고 감탄했다.
지난해 6월 1일 문을 연 범어사 사찰음식연구소가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찰음식 전문가에게 사찰음식을 배울 수 있어 문 열자마자 수강생 모집이 마감됐다.
부산 찾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사찰음식 체험과 자연 걷기를 결합한 ‘템플레킹’ 프로그램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개소 1년 만에 연구소를 찾은 이들은 1600여명에 달한다. 사찰음식이 지난해 5월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고, 저속노화, 비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범어사 사찰음식연구소 수강생들이 지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은지 기자
연구소는 사찰음식을 교육하는 공간뿐 아니라 절제와 생명존중, 자연과의 조화로움을 배우는 수행의 공간으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6개월째 사찰음식을 배우고 있는 이미연(59)씨는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다 보면 자연과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범어사 주지이자 사찰음식연구소장인 정오 스님은 “사찰음식은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몸과 마음을 순화시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시민과 외국인들이 사찰음식을 체험하면서 탐욕을 덜어내는 수행의 시간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입문 3개월, 심화 3개월, 고급 6개월 등 총 1년 동안 진행되며 현재 수강생은 75명이다. 장도석 범어사 사찰음식문화연구소 총괄자문위원은 “단순한 나물 요리를 배우러 왔다가 사찰음식의 조리법에 놀라는 수강생이 심화·고급 과정까지 배우면서 수강생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찰음식은 채식이니깐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사찰음식은 의외로 비싸다. 손이 많이 가고, 고기보다 비싼 채소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범어사 사찰음식은 ‘정성을 담아 대접하는 음식’에 가깝다. 가지에 칼집을 내 버섯 소를 채워 튀겨내거나, 연잎밥 안에 연잎 꽃을 넣어 미적 감각을 담아낸다.
장 위원은 “범어사의 사찰음식은 절제된 고급미와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파인다이닝을 추구하고 있다”며 “재료 본연의 맛을 100% 끌어내는 조리법으로 한국 음식의 깊은 맛을 알리는 게 사찰음식의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들의 반응은 뜨겁다. 김밥과 잡채를 직접 만들고 떡이 쪄지는 과정을 체험한 외국인들은 “한국 음식 문화의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오는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행사에서는 외국인 귀빈 100여명을 대상으로 사찰음식 체험 만찬을 진행한다.
범어사는 사찰음식과 명상을 접목해 부산의 대표적인 웰니스 콘텐트로 키우려는 작업도 병행 중이다. 그 일환으로 사업비 50억원을 투입해 올해 말까지 연면적 817㎡(약 250평) 규모의 사찰음식체험관을 새로 조성한다. 또 내년에는 국제명상체험관을 지어서 명상을 통한 치유의 시간을 갖도록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