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최근 “한·미가 2020년 전작권 전환 조건의 94%를 이미 충족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군 안팎에선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군 당국은 그간 한·미 간 전작권 전환의 평가 내용을 “한·미 연합 비밀”이란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31일(현지시간) 제23차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열리고 있는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안 장관은 지난달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미 의회 대표단을 만난 결과를 설명하면서 “한·미 양국은 2020년에 전작권 전환 조건의 94%가 이미 충족됐다고 합의한 것을 비롯해, 우리의 능력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내일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아무 어려움이 없다는 취지와 내용을 풍성하게 미 측 의원들에 전달했다”고도 했다.
안 장관이 밝힌 ‘94%’란 수치는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다. 해당 발언은 이미 6년 전에 94%의 충족률을 보였을 정도로 한 ·미 간 조건이 성숙됐다는 점을 미 의회 측에 설명했다는 의도로 읽힌다.
다만 해당 수치가 전작권 전환의 세 가지 조건(▶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군사적 능력 ▶동맹의 포괄적 북핵·미사일 위협 대응능력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의 평균적인 달성 정도인지, 2020년에 한·미가 진행 중이던 미래연합사의 완전운용능력(FOC·2단계) 평가와 관련한 수치인지는 불분명하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별도의 부연을 하지 않았다.
지난 2015년 11월 한·미가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COTP)’에 합의한 이래 세부 조건에 대한 달성 정도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확인한 적은 없다. 통상 각 조건의 연합임무 필수과제목록과 관련해 75% 또는 90% 이상을 충족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방부는 국회 공식 답변에서도 전작권 전환 추진 상황은 “한·미 연합비밀” 임을 들어 공개하지 않았다. 1일 국회 국방위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해 수차례에 걸쳐 제출한 전작권 전환 관련 보고에서 “현재 한·미 연례 공동평가가 진행 중이며, 구체적인 평가 결과는 ‘한·미 연합비밀’에 따라 자료 제출이 제한됨을 양해 바란다”고 밝혔다.
군 당국에 따르면 한·미 공동 평가는 한·미가 상호 합의한 평가 방법과 기준에 따라 매년 2월부터 9월까지 진행한다. 이와 관련한 평가 결과에 대한 국회의 설명 요구에도 군 당국은 “상호 합의된 수준의 세부적인 내용은 한·미 연합 비밀로 공개가 제한”된다고 밝혔다.
강대식 의원은 “국회에는 공개하지 않은 내용을 공개 석상에서 언급한 것과 관련해 안 장관이 비밀을 누설한 것인지 국방부는 해명해야 한다”며 “국방부는 매년 조건에 대해 한미가 공동 평가를 한다고 했는데, 94%는 어떤 조건들에 대해 총족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그것이 갖는 의미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장관이 이번 수치를 미 측과 합의 하에 공개한 것인지 여부도 뚜렷하지 않다.
이와 관련, 주한미군은 “한국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에 대해 논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은 연합 방위 태세를 강화하는 데 있어 지속적인 진전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러한 노력은 양국 간의 오랜 협력과 공동의 평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도가 나간 이후 국방부는 “해당 내용은 연합 비밀의 구체적인 내용을 적시한 것이 아니므로 한·미 연합 비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어 “장관의 관련 언급은 조속한 전작권 회복과 관련된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이해를 돕기 위해 개략적인 수치를 제시한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