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성의 특징을 표현하는 말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에겐남’과 ‘테토남’이다. 그중에서 에겐남은 감정 표현에 솔직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며,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남자를 일컫는다. 기존의 권위적이고 무뚝뚝한 남성상과는 다른 매력으로 주목을 받으며 여성들의 이상형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남자답다’고 여겨졌던 테토남에 다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한때 촌스럽다고 여겨졌던 부츠컷 바지가 다시 유행하고, 디지털 시대에 LP판은 오히려 더 비싼 가격에 팔린다. 필름 카메라는 젊은 세대의 손에서 부활하고 있다. 사람들은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졌다고 느끼면, 다시 반대편에서 매력을 찾는다.
테토남이 주목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감정을 다정하게 표현하는 능력과 공감의 가치를 강조하는 시대 속에서 생겨난 에겐남 선호 현상은 분명 시대의 진전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부드러움 속에서 반대 성질인 경쟁과 강인함에 다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MLB) 야구 경기장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타프스 오프(Tarps Off)’ 문화는 이러한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경기장을 찾은 수백 명의 남성 팬이 상의를 벗고 셔츠를 머리 위로 흔들며 응원하는 모습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과열된 응원 문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면을 보면 흥미롭다. 그들은 왜 웃통을 벗고 응원을 할까. 수백 명의 남성들은 왜 서로 모르는 사이임에도 같은 구호를 외치며 열광할까.
스포츠 전문 매체인 ‘디 애슬레틱’은 이를 단순한 응원 문화가 아니라 집단적으로 남성성을 표출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한동안 사회는 전통적인 남성성이 미치는 부정적인 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 과정에서 경쟁심과 승부욕, 강인함, 동료애 같은 남성만의 가치까지 함께 위축된 측면이 있었다.
‘타프스 오프’는 이러한 시대적 현상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에 가깝다. 경기장에서 남성들은 웃통을 벗고 소리를 지르며 자신들의 에너지를 거리낌 없이 표출한다. 단순한 허세가 아니다. 경쟁하고, 도전하고, 함께 싸우고, 승리를 만끽하고 싶어하는 본능적 표현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흔히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남성적 가치도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가족을 책임지려는 마음, 어려운 일에도 끝까지 버티는 인내심, 친구를 위해 기꺼이 나서는 의리,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는 정신,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태도 등이 그렇다. 많은 이들이 테토남에게서 단순한 강인함이 아니라 책임감과 의리, 도전 정신을 보고 있다.
테토남 열풍을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나 에겐남의 실패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사회가 한동안 남성성의 부정적인 측면에만 주목하면서 상대적으로 잊고 있었던 가치들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기장에 다시 등장한 ‘타프스 오프’ 문화에는 남성성을 기반으로 어딘가에 속하고 싶고,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고, 같은 목표를 향해 힘껏 나아가고 싶다는 인간의 오래된 본능이 담겨 있다.
생각해 보면 인류는 강한 사람 못지않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원했다. 어려운 순간에 곁을 지켜주는 사람,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사람,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사람을 높게 평가해 왔다. 시대에 따라 표현 방식은 달라질 수 있지만 그런 가치 자체가 사라진 적은 없다. 마초의 부활은 남성성의 표출을 넘어 인간이 본래 중요하게 여겨 온 가치들에 대한 재발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