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트럼프, “당신 미쳤어?” 네타냐후에 분노의 욕설...종전 최대 뇌관된 레바논

중앙일보

2026.06.01 18:16 2026.06.02 07:23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2025년 12월 2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마주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2025년 12월 2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마주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욕설을 섞어가며 격분한 사실이 알려졌다. 네타냐후 총리가 최근 레바논 내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습을 확대하면서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흔들리자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의 대(對)레바논 군사 행동 확대를 놓고 네타냐후 총리에게 욕설이 섞인 격한 통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기준 이날 오전 이란 언론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이유로 미국과의 종전 협상을 중단할 수 있다”고 보도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간 통화가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당신은 완전히 미쳤다(You are fucking crazy)”며 배은망덕하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습 계획을 중단시켰다. 또 네타냐후에 “베이루트 폭격을 실제로 실행할 경우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이스라엘은 베이루트에 대한 공습을 자제해 왔으나 지난달 28일 3주 만에 공습을 재개했다. 최근엔 이를 확대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1일 이스라엘 공습으로 레바논 남부 나바티예 인근 마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1일 이스라엘 공습으로 레바논 남부 나바티예 인근 마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부패 혐의 재판을 염두에 둔 발언도 쏟아냈다. “내가 아니었으면 당신(네타냐후)은 감옥에 있었을 것”이라며 “내가 당신을 구해줬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019년 뇌물 수수 등 부패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의 사면을 요구해왔다.

트럼프는 또 네타냐후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냐?(What the fuck are you doing?)”고 소리쳤다고 통화 내용을 보고받은 소식통을 인용해 악시오스는 전했다. 그러나 악시오스 보도와 관련, 네타냐후 총리 측 관계자는 이스라엘 채널12 방송에 양국 정상 간에 신경이 곤두선(tense) 통화가 있었으나 욕설이나 인신공격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1일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레바논 남부 항구 도시 티레의 모습. AP=연합뉴스

1일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레바논 남부 항구 도시 티레의 모습. A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5일 “(가속) 페달을 더욱 세게 밟으라”는 네타냐후 총리의 지시 이후 레바논 내 헤즈볼라 거점에 대한 공습을 확대해왔다. 이스라엘군은 곧장 레바논 영토 내 10㎞까지로 설정됐던 작전 한계선인 ‘옐로라인’을 넘어섰고 지난달 29일에는 양국 국경선인 ‘블루라인’에서 북쪽으로 약 30㎞ 떨어진 리타니강까지 진출했다. 이어 지난달 31일 레바논의 전략적 요충지인 보포르(Beaufort)까지 장악한 이스라엘군은 현재 리타니강에서 약 10㎞ 더 북쪽에 위치한 자흐라니강 방면으로 진격한 상태다.

이스라엘의 공습 확대는 이란과 종전 협상을 진행 중인 미국에 상당한 부담을 줬다. 이란이 줄곧 종전 협상 과정에서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중단”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악시오스는 “트럼프의 분노는 네타냐후가 레바논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자신이 진행 중인 이란과의 종전 협상을 무산시킬 위험을 초래했다고 판단한 데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통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네타냐후와 매우 생산적인 통화를 했다”며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며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이란과의 협상이 매우 빠른 속도로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1일 이스라엘 보안 요원이 이스라엘 북부 국경도시 메툴라에서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일 이스라엘 보안 요원이 이스라엘 북부 국경도시 메툴라에서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통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은 베이루트의 목표물을 공격할 것이며 그때까지는 레바논 남부 작전을 계속하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했다”며 “우리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악시오스는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실제 상황은 달랐다”며 “트럼프가 통화에서 네타냐후를 완전히 압도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통화에서 “알겠다. 다만 모든 문제가 제대로 처리되도록만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부분 휴전에 들어간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1일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통제하는 베이루트와 그 교외 지역에 대한 공습을 자제하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 공격은 계속되고 있어 이번 합의가 레바논 내 분쟁을 완전히 종식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통신은 전했다.

AFP 통신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2일부터 이틀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협상을 재개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정부는 “이스라엘과의 협상에서 휴전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국의 직접 대화는 이번이 네 번째다. 4월 미국의 중재하에 휴전에 합의했지만 이후 교전을 지속해 휴전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전민구([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