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열흘 앞둔 1일(현지시간) 임금과 연금 개혁을 요구하는 멕시코 교사들이 수도 한복판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대통령궁과 대성당이 마주한 멕시코의 상징적 장소인 소칼로 광장은 바리케이드를 내리치는 시위대와 최루가스로 진입을 막는 경찰이 맞서며 아수라장이 됐다. 시위대는 일단 물러섰지만, 월드컵 기간 대규모 추가 행동을 예고했다.
1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 앞에서 교사 시위대가 경찰이 세운 바리케이드를 밀고 있다. AFP=연합뉴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멕시코 교원단체 전국교육노조(CNTE) 소속 교사 수천 명은 이날 멕시코시티의 주요 도로를 2시간 넘게 행진한 뒤 소칼로 광장 진입을 시도했다. 소칼로 광장은 멕시코 당국이 월드컵 기간 대형 스크린을 통한 경기 중계와 거리 응원전을 준비해온 공간이다.
경찰은 광장 진입로에 철제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시위대의 진입을 막았다. 시위대는 “소칼로는 국민의 광장”이라며 “누구도 우리의 진입을 막을 수 없다”고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인근 복지부 건물 유리창을 깨뜨리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충돌이 격해지자 경찰은 최루가스를 사용해 해산에 나섰다. CNTE는 이 과정에서 교사 2명이 다쳤고, 이 중 1명은 실명 위기라고 주장했다.
교사들이 거리로 나온 직접적 배경은 임금과 연금 문제다. CNTE는 정부가 제시한 교사 임금 9% 인상안이 물가 상승과 생활비 부담을 감당하기에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연금 제도를 놓고서도 갈등이 상당하다. CNTE는 2007년 국가공무원사회보장법 개정 이후 교사들의 노후가 불안정해졌다고 주장한다. 마르셀리노 로다르테 CNTE 58지부 사무총장은 “전국 27개 주 정부의 연금 기관들이 재정 고갈 상태에 직면했다”며 “은퇴를 앞둔 교사들이 기금 고갈로 퇴직금을 받지 못해 퇴직을 유예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지도부는 정부가 재정 부담을 이유로 연금 제도 전면 개편에 난색을 보이는 데 대해서도 “돈이 부족하다는 설명만으로는 문제를 덮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CNTE는 더 나아가 해당 법의 연금 조항을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련 개정으로 공공부문 노동자의 연금은 개인별 적립금과 운용 수익률에 따라 달라지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근속연수와 임금을 기준으로 한 이전 방식보다 불안정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CNTE는 월드컵을 겨냥하고 있다. 이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월드컵 기간 수도로 더 많은 교사를 불러 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위 현장에선 “공은 굴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구호도 나왔다. 노조는 월드컵 보이콧을 시사하기도 했다. 월드컵을 협상 지렛대로 삼아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멕시코 정부는 사태의 여파가 월드컵으로 번지지 않도록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무부와 교육부가 주도하는 협상을 통해 교사 노조와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멕시코 정부는 1970년과 1986년에 이어 세 번째로 월드컵을 여는 첫 국가라는 상징성 등을 들어 이번 대회에 공을 들여왔다. 관광 산업을 활성화하고 국가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다는 청사진도 제시해왔다.
1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레슬러 마스크를 쓴 남성이 교사노조의 행진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개막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데다 노조가 월드컵 기간 추가 행동을 예고한 만큼 행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상당하다. 월드컵 개막전은 오는 11일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에서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로 열릴 예정이다. 한국은 멕시코·남아프리카공화국·체코와 함께 A조에 편성돼 한국시간 12일 멕시코 서부 도시 과달라하라에서 체코와 첫 경기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