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보다 ‘건강’ 택한 한국인들…주류 지출 7년 만에 최대 감소
중앙일보
2026.06.01 22:30
지난 4월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맥주박람회&드링크 서울’에서 부스 관계자가 무알콜 맥주 시음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음주 문화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가계의 주류 소비지출은 10개 분기 연속 감소했으며 올해 1분기(1∼3월) 감소 폭은 최근 7년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가통계포털(KOSIS)과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의 월평균 주류 실질 소비지출은 1만3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감소했다.
실질 소비지출은 물가 상승 영향을 제외한 수치다. 주류 지출 감소율은 2019년 분기 통계 재집계 이후 가장 컸다.
주류 실질 소비지출은 2023년 4분기(-4.4%)부터 올해 1분기까지 10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상 설이나 추석이 포함된 분기에는 술 소비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흐름도 약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회식 줄고 ‘소버 큐리어스’ 확산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음주와 회식 문화가 달라진 데다 건강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한 영향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 생활방식을 추구하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문화가 확산하면서 비알코올ㆍ무알코올 주류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소버 큐리어스는 ‘취하지 않은 상태’를 뜻하는 소버(sober)와 ‘호기심’을 의미하는 큐리어스(curious)의 합성어로, 음주를 당연한 전제로 삼기보다 술 없이도 즐거움을 탐색하려는 태도를 말한다.
다만 가계동향조사에서는 무알코올 주류 역시 주류 소비지출 항목에 포함된다.
반면 담배 소비는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1분기 담배 실질 소비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늘어 4개 분기 연속 증가했다.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명목 소비지출 기준으로도 술 소비 감소는 뚜렷했다. 올해 1분기 주류 명목 소비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 줄어 8분기 연속 감소했다.
중장년층서 감소 폭 두드러져
가구주 연령별로는 50대 가구의 주류 소비지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올해 1분기 50대 가구의 주류 소비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 줄었다.
60세 이상 가구도 6.9% 감소했다. 39세 이하 가구와 40대 가구는 각각 5.7%, 5.1% 줄었다.
39세 이하 가구는 5분기 연속 감소했고 40대 가구 역시 9분기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주류 소비 감소는 출고량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2024년 국내 주류 출고량은 315만1000㎘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380만8000㎘와 비교해 17.3% 줄어든 수준이다.
과음 문화 역시 변화하는 모습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의 월간 폭음률 중앙값은 33.8%로 집계됐다.
월간 폭음률은 최근 1년 동안 월 1회 이상 한 자리에서 남성은 7잔 또는 맥주 5캔 이상, 여성은 5잔 또는 맥주 3캔 이상 마신 비율을 의미한다.
이 수치는 2021년 31.7%에서 2023년 35.8%까지 2년 연속 상승했지만 이후 다시 2년 연속 하락하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영혜([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