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중동發 고물가 본격화 되나…소비자물가 26개월 만에 3% 돌파

중앙일보

2026.06.01 23:42 2026.06.02 00:0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며 3%대를 기록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석유류 물가가 3년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며 물가지수를 끌어 올렸다.   사진은 2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며 3%대를 기록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석유류 물가가 3년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며 물가지수를 끌어 올렸다. 사진은 2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중동발(發) 고물가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은 물론, 유류할증료 인상 영향이 반영된 국제항공료와 세탁료 등 서비스 물가까지 가파르게 오르면서 물가 상승률은 2년 2개월 만에 3%를 넘어섰다.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시차를 두고 생활물가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이는 지난 4월 상승률 2.6%보다 0.5%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넘어선 것은 2024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중동발(發) 고물가 충격이 청구서로 돌아오고 있다.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은 전년 동월 대비 4.2%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크게 끌어올렸다. 석유제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4.2% 급등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인 2022년 7월 35.2%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휘발유는 23.1%, 경유는 33.3% 뛰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0.92%포인트 끌어올렸다.

국제유가 상승의 여파는 여행·교통 물가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반영된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국제항공료는 33.5% 급등했다. 이는 199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해외 단체여행비도 26.3% 올랐고, 승용차 임차료인 렌터카 비용 역시 25.7% 상승했다.

주택수선재료비(5.0%), 엔진오일교체료(14.0%), 세탁료(11.3%) 등 석유류를 재료로 쓰는 품목 역시 유가 상승 여파에 줄줄이 오름폭이 커졌다. 그러다보니 서비스 물가도 2.8% 상승하며 전체 물가를 1.56% 포인트 밀어 올렸다.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2023년 12월(2.8%) 이후 최고다.

정부가 석유제품 가격 안정을 위해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등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가파른 물가 오름세를 완전히 막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재정경제부는 이 같은 정책 효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6%포인트 낮아졌다고 추정했다. 정책 효과가 없었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까지 치솟았을 수 있다는 의미다.

농축수산물 물가도 2.2% 상승하며 3개월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채소류 가격은 4.9% 하락했지만, 축산물과 수산물은 각각 5.8%, 5.0% 오르며 상승세가 뚜렷했다. 특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가 이어지면서 달걀 가격은 10.2% 뛰었다. 고환율 영향으로 수입 쇠고기 가격도 7.6% 올랐다. 갈치(15.1%), 조기(14.6%), 고등어(5.1%)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수산물 가격 상승세도 이어졌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2.5% 상승했지만, 생활물가지수는 3.3%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 품목 가운데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대상으로 작성되는 지표다. 실제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물가 부담은 더 컸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같은 고물가 흐름이 상당 기간 이어지고, 시차를 두고 생활물가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그동안 상승했던 국제유가가 가공식품이나 외식 물가로 얼마나 전이될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어선 점도 물가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고유가와 고환율로 수입물가가 오르면 원재료·중간재 가격 상승을 통해 생산자물가가 밀려 올라간다. 이는 다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국은행도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유가 충격이 점차 다른 부문으로 파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유가 충격이 점차 여타 부문으로 확산함에 따라 물가상승률은 당분간 3%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생활물가 상승률도 3%대 초중반까지 오르면서 소비지출에서 필수재 비중이 큰 취약계층의 생계비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고물가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준금리 인상 압력도 높아질 전망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세가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어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물가가 오르고 뒤이어 금리까지 인상되면 가계의 고통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연주([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