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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은 인생을 재밌게 한다, 헤세가 말했듯이

중앙일보

2026.06.02 08:01 2026.06.05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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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세계의 주인’으로 영화계에 이름을 각인시킨 배우 서수빈과 책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은 『헤르만 헤세의 나로 존재하는 법』(왼쪽)과 동화집 『잘 헤어졌어』 . 헤세의 글이 담긴 책은 ‘세계의 주인’ 윤가은 감독이 선물해 읽게 되었다고 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데뷔작 ‘세계의 주인’으로 영화계에 이름을 각인시킨 배우 서수빈과 책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은 『헤르만 헤세의 나로 존재하는 법』(왼쪽)과 동화집 『잘 헤어졌어』 . 헤세의 글이 담긴 책은 ‘세계의 주인’ 윤가은 감독이 선물해 읽게 되었다고 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책을 읽을 때는 자유롭다. 문장 하나하나를 나에게 좋을 대로 해석하고, 완전히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윤가은 감독의 영화 ‘세계의 주인’으로 데뷔한 배우 서수빈(25)은 책과 친한 배우다. 처음 놀러 간 동네에선 책방을 찾고, 부적처럼 책 한 권을 가방에 넣어놓고 다닌다. 1년에 10∼20권 정도의 책을 꾸준히 읽는다. 최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난 서수빈은 “독서는 시간을 버는 일 같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가는 걸 무서워하는데, 책을 읽으면 시간을 좀 붙잡을 수 있겠다는 기분이 든다”면서다.

서수빈은 지난해 개봉한 첫 영화 ‘세계의 주인’으로 올해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영화에서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고등학생 이주인 역을 맡아 섬세한 감정 연기를 통해 “첫 장편영화 출연으로 잊을 수 없는 에너지를 보여줬다”(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호평을 받았다. 친족 성폭력 피해자의 증언이 담긴 책들을 읽으며 캐릭터 연구를 했다는 그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은 『헤르만 헤세의 나로 존재하는 법』(뜨인돌)이다.


Q : 이 책은 어떻게 읽게 됐나.
A : “윤가은 감독님이 가끔 책 선물을 보내주신다. 3월말 ‘세계의 주인’이 스위스 프리부르 영화제에 초청됐는데, 감독님 대신 내가 관객과의 대화(GV) 행사를 가게 됐다. 감독님이 오가며 읽으라고 장편동화와 에세이, 이 책까지 세 권을 보내주셨다.”

『헤르만 헤세의 나로 존재하는 법』은 독일 태생 작가 헤르만 헤세가 남긴 에세이·편지·일기·시 45편을 독일의 출판사 인젤이 모은 책이다. 이 책 서문에는 “자기답게 사는 것 외에 성장하고 진리에 이를 수 있는 다른 길은 없다”는 헤세의 말이 적혀 있다. 평생을 ‘자아 탐구’라는 주제에 천착해온 헤세가 그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어떤 마음들을 세워왔는지 엿볼 수 있는 책이다.


Q : 이 책 덕에 긍정하게 된 ‘자기다움’이 있나.
A : “‘고집이 세다’는 말을 어릴 때부터 많이 들었다.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는데, 헤세는 고집을 ‘인생을 재미있게 해주는 요소’라고 표현한다. 최근 내가 뭘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이 책이 나를 지지해준 덕분에 고민이 줄었다. ‘그래, 그걸 하자! 그게 뭐든지’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자신이 인상 깊게 읽고 밑줄까지 그어둔 문장을 보여줬다.
" 고집 있는 사람은 남들과는 다른 법칙에 복종한다. 자신 속에 있는 단 하나의 거룩한 법칙, 바로 ‘자신의 감각’에 말이다.(17쪽) "


Q : 윤가은 감독도 비슷한 말을 해줬다고.
A : “수년간 오디션에 떨어지며 ‘너무 내 방식대로 했나’ 자책했다. 그런데 감독님은 내가 ‘자기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 캐스팅했다고 말씀하셨다. 나의 고집을 긍정해주시는 분이다. 늘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는 말을 하지 말고, 너의 이야기를 하라’고 조언하신다. 이 책에도 비슷한 얘기들이 적혀 있어 좋았다.”

‘고집’은 서수빈이 연기한 ‘세계의 주인’ 속 이주인과도 연결되는 키워드다. 주인은 전교생이 모두 참여하는 ‘성범죄자 복귀 반대 서명’을 거부한다. 주변에서 계속 이유를 캐묻자, 자신 역시 성폭력 피해자라고 밝힌다.

주인이 서명을 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린 이유는 ‘성범죄자 복귀 반대 서명’에 담겨 있는 문구 때문이다. ‘평생 씻지 못할 상처’나 ‘한 사람의 인생과 영혼을 파괴하는 행위’ 등 성범죄를 일컫는 표현이 피해자인 자신의 삶을 편견에 가둔다는 ‘개인적 감각’에서 비롯한다.


Q : 평소 어떤 책들을 주로 읽나.
A : “소설이나 에세이 위주로 읽는다. 최근에 어린이 문학에 빠졌다. 윤가은 감독님의 영향인데, 책을 읽기 부담스러우면 어린이 책을 읽어보라고 말해주셨다. 쑥쑥 읽히고, 내용이 전혀 시시하지 않다. 오히려 더 많은 감동을 주기도 한다. 최근엔 잠시 숨 돌리고 싶을 때 『잘 헤어졌어』(문학과지성사)라는 동화집도 읽고 있다. 절교라는 단어 대신 ‘헤어진다’는 말로 단짝 친구와 멀어지는 과정을 표현하는 어린이의 이야기다.”

젠지의 책장=지금의 20대는 연간 독서율이 유일하게 상승(2025년 국민독서실태 조사 결과)한 세대다. Z세대 기자가 Z세대 독자를 만나 지금 읽고 있는 책 한 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중앙일보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에서 매주 월요일 공개한다.

더중앙플러스-젠지의 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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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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