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초과 수익은 대개 가장 불편한 시장에서 나온다. 신흥시장은 선진국 시장을 넘어서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만큼 구조적 위험도 크다. 신흥시장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려면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퀀트(계량) 전략’이 주목받는 이유다.
신흥시장은 선진국 시장과 구성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상장 종목 수는 비슷하지만 기업 규모 격차가 훨씬 크고 중소기업 비율도 압도적으로 높다. 이는 정보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선진국 기업의 약 70%가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분석 대상인 반면, 신흥시장 기업은 30%에 그친다. 정보가 희소할수록 가격 왜곡은 오래 지속되고, 그만큼 초과 수익 기회는 커진다. 실제로 신흥시장은 다른 글로벌 주식시장보다 종목 간 수익률 격차가 크며, 장기적으로 적극 운용 전략의 10년 성공률도 글로벌 대형주 대비 두 배 이상에 달한다.
그러나 기회와 위험은 동전의 양면이다. 신흥시장은 특정 종목과 국가에 대한 쏠림이 심하다. 2025년 말 기준으로 대만의 TSMC 한 종목이 지수의 약 12%, 상위 10개 종목이 약 31%를 차지한다. 대형주 비중을 줄이면 지수와의 괴리가 커지고, 그대로 따르면 쏠림이 심해지는 딜레마가 생긴다.
지정학적 위험도 빼놓을 수 없다. 신흥시장은 선진국 시장보다 국제 정세 변화에 훨씬 민감하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극적인 사례였지만, 단일국가발 충격은 역사적으로 반복됐다. 시장이 흔들릴 때는 재무 상태가 탄탄한 기업조차 거시 충격에 휩쓸리기 쉽다.
이런 환경에서 퀀트 전략의 강점이 드러난다. 퀀트의 본질은 복잡한 알고리즘보다 규율에 있다. 핵심은 더 많은 예측이 아니라, 더 일관된 규칙을 적용하는 데 있다. 동일한 기준을 수천 개 종목에 적용하는 퀀트 전략은 단일 대형 베팅보다 더 안정적인 성과 기반을 제공한다. 재무 건전성, 지배구조, 사업 모델의 편차가 큰 신흥시장일수록 일관된 정량평가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이는 거창한 알고리즘을 가진 기관투자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개인 투자자도 퀀트 사고를 적용할 수 있다. 일정한 재무 기준을 세우고, 특정 국가나 테마에 대한 과도한 집중을 피하며, 감정보다 규칙에 따라 투자하는 것 역시 넓은 의미의 퀀트 접근이다.
핵심은 위험을 종목 선택에 집중시키고, 국가·업종·테마에 대한 노출을 철저히 중립화하는 것이다. 종목 선택 중심의 접근법은 절반 안팎의 적중률만으로도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업종이나 국가 선택에 의존하는 전략은 훨씬 높은 정확도를 요구한다. 거시 요인의 간섭을 걷어낼수록 개별 종목의 펀더멘털 차이가 성과를 이끄는 주된 원천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