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가 유권자의 이념적 정체성과 진영별 세 대결 구도를 보여주는 ‘정치적 리트머스’라는 여론조사기관(리서치뷰)의 최근 자료를 보다 한 숫자에 눈길이 머물렀다.
2.6%.
문재인 전 대통령의 호감도였다. 지난해 9월엔 1.9%, 말엔 2.4%였다. 김영삼(최근 2.5%)·박근혜(1.6%) 전 대통령과 같은 묶음이었다. 재임 중 어마어마한 ‘지지’를 누린 그였다. 임기 말에도 40%(한국갤럽 기준) 안팎이었다. 누군가에겐 “이 정도여도 좋겠다”는 선(34%)이 그에겐 하한이었다.
절제 없는 전현직 대통령의 등판
진영 동원 양극화 정치의 여파
냉혹한 민심이 결국 판단할 것
알다시피 정권 재창출엔 실패했다. 그는 자신의 탓이 아니라고 여겼다. 청와대를 떠나기 직전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했다. “저는 한 번도 (대선) 링에 올라가 본 적이 없다. 입도 뻥긋할 수 없었다. 현 정부에 대해 마구잡이로 반대하고 공격하고 비판해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거를 치렀다.” 억울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하자 “대통령 지지도가 높다고 해서 선거 승리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고 반대로 지지도가 낮다고 해서 패배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권교체론으로 선거가 결판나는 거라면 왜 선거가 필요하겠냐”고 했다. 결국 대선후보 책임이란 얘기였을까.
왼쪽 깜빡이를 켜고 왼쪽으로 간 사실상 최초의 대통령이었던 그는 이후 비스름하게 ‘링’ 위에 올라갔다. “잊히고 싶다”던 말을 뒤로하고 2024년 총선 기간에 부산·울산·경남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원했다. ‘전직 대통령=중립적 모양새의 국가 원로’란 외투도 그때 벗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7일 부산 영도구 남항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7일 부산 기장군 기장시장을 찾아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박민식 북갑 보궐선거 국회의원 후보 등 국민의힘 후보자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아래). 사진 청와대·뉴스1
사실 우리 대통령들은 모순적 상황에 놓여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헌법재판소가 언급한 ‘정치적 헌법기관’과 ‘선거에 있어서 정치적 중립성’의 상충이다. 헌재는 “대통령의 정치활동 금지나 정당정치적 무관심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다만 대통령직의 중요성과 자신 언행의 정치적 파장에 비추어 그에 상응하는 절제와 자제를 해야 하며, 국민의 시각에서 볼 때 직무 외에 정치적으로 활동하는 대통령이 더 이상 자신의 직무를 공정하게 수행할 수 없으리라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선거일이 가까워올수록…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편파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최대한으로 자제해야 한다는 국가기관의 의무가 있다”고 했다. 전직 대통령들도 비슷한 의무가 있다.
이번 선거에선 그러나 현직도, 전직도 ‘최대한 자제’를 내던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전투표 직전에 경합지의 전통시장을 찾았다. 지역을 돌다가도 선거운동 기간엔 멈춘 이전 대통령들과 달랐다. 이 대통령 부부는 특히 푸른빛이 도는 옷을 입었는데 특히 김혜경 여사의 푸른색은 붉은 장바구니로 가려지지 않을 만큼 강렬했다. 이 대통령이 사전투표 중 투표관리관에게 “이게 이렇게밖에 안 찍혀도 괜찮냐”라며 투표용지를 보여주려 한 것도, 투표 독려를 하며 “(기권은) 그들을 편드는 것”이라고 한 것도 이전엔 못 보던 모습이다.
전직 대통령들도 감내 범위를 넘어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현역 시절을 떠올리게 할 만큼 돌았다. 종국엔 이명박 전 대통령도 나섰다. 직접 뛰었다 사달을 경험한 문 전 대통령은 영상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이 또한 현재 만연한 정치 양극화, 진영 총동원 체제의 증상 중 하나일 것이다. ‘선거 패배=멸족’이니 대통령이 무리하게 되고, ‘수족들’의 명줄이 걸렸으니 전직 대통령들도 가만 있기 어려운 압박을 받았을 테고 말이다. 진영에 충실한 게 안전한 길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장기적으론 글쎄다. 대통령들은 현직으로도, 전직으로도 역사와 마주한다. 민심은 때론 냉혹해 베푼 이상으로 회수한다. 문 전 대통령의 급전직하에서 보듯 말이다. 어쩌면 초당파적인 게 덜 위험할 수 있다. 오욕의 닉슨이 말년에 현인으로 복권됐듯 말이다.
투표일에 적절한 글감인가 고민했으나, 대통령들이 하도 많이 보여서 쓴다. 그래도(그래서) 투표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