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가 2년2개월 만에 3% 선을 넘어섰다. 중동사태에 따른 고유가 충격의 청구서다. 물가·환율·금리가 동반 상승하는 ‘3고(高)’가 현실화되면서 가계와 기업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2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2020=100)는 1년 전보다 3.1% 상승했다. 지난 4월(2.6%)보다 0.5%포인트 뛰었다. 상승률이 3%를 넘어선 것은 2024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치솟은 기름값이 직격탄이 됐다. 석유제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4.2% 뛰며 전체 물가를 0.92%포인트 끌어올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인 2022년 7월(35.2%) 이후 최고다. 경유(33.3%)와 휘발유(23.1%)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유가 상승의 여파는 여행·교통은 물론 서비스 물가 전반으로 번졌다.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국제항공료가 33.5% 급등했다.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택수선재료비·세탁료 등 석유를 재료로 쓰는 품목도 줄줄이 상승했다.
정부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대책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6%포인트 끌어내렸다고 추정했다. 이마저 없었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에 달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
환율, 12거래일 연속 1500원대…금융위기 때보다 길어
밥상 물가도 심상치 않다. 농·축·수산물 물가가 2.2% 오르며 3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채소류 가격은 내렸지만 축산물과 수산물 가격이 각각 5.8%, 5% 올랐다. 특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가 이어지면서 달걀 가격은 10.2% 뛰었다. 고환율 영향으로 수입 쇠고기 가격도 7.6% 올랐다. 갈치(15.1%), 조기(14.6%), 고등어(5.1%)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수산물 가격도 오름세가 이어졌다.
물가는 당분간 3%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지호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이날 “석유류 가격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6월 물가 상승률도 5월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들썩이는 물가는 금리 인상 전망에도 힘을 싣는다는 점에서 부담이다. 더욱이 한국은행이 주목하는 생활물가 상승률은 3.3%를 기록했다. 2024년 4월(3.6%)이후 가장 높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 지출 빈도가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돼 체감 물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3고의 마지막 축인 고환율 압박도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다시 1500원대에 고착화하면서 고물가 국면을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유가와 고환율로 수입물가가 오르면 생산자물가를 밀어올리고, 이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2.1원 오른(원화가치 하락) 1516.4원에 거래를 마쳤다. 12거래일 연속 1500원대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1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웃돌았던 기록을 넘어섰다. 장중에는 1520.1원까지 오르며 두 달 만에 1520원대를 다시 밟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가) 반도체 등 일부 업종 중심 성장으로 서민 체감경기는 여전히 부진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3고가 현실화되면 가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