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율주행 산업의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방대한 도로 데이터, 막강한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자율규행 상용화의 가장 현실적인 무대로 떠오른 것이다. 중국의 자율주행 업체들은 더 이상 기술 시연에 머물지 않고 차량을 실제 운송망에 투입하고 있다. 도심 로보택시를 대표하는 포니AI(小马智行, Pony.ai), 글로벌 확장형 서비스를 전개하는 위라이드(文远知行, WeRide), 그리고 물류 트럭에 집중한 인셉티오(嬴徹科技, Inceptio Technology)는 각기 다른 방향에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 자율주행 시장 주요 기업의 성장 과정 및 핵심 경쟁력을 3주에 걸쳐 시리즈로 소개한다. 그 첫 번째 주자는 포니AI다.
" 중국 도로 환경은 미국보다 훨씬 복잡하지만, 오히려 먼저 상용화 기회가 올 수 있다. "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니AI(小马智行, Pony.ai)의 창업자 겸 CEO 펑쥔(彭军, James Peng)은 중국의 복잡한 도로 사정이 까다롭지만 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복잡한 중국 교통 데이터가 AI를 더 빨리 단련시킬 것이라는 생각의 전환. 이러한 역발상에서 출발한 포니AI는 실제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며 L4급 완전자율주행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중국판 웨이모(Waymo)’라 불린다.
*로보택시(Robotaxi): 운전자 없이 자율주행차가 택시 혹은 카셰어링 플랫폼을 통해 승객을 호출·배차·요금 정산까지 자동으로 수행하는 서비스
포니AI 기업개요.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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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두 출신 창업팀, 실리콘밸리에 둥지를 틀다
2016년은 자율주행 산업의 발전에 있어 특별한 해였다. 구글의 웨이모가 독립 법인 체제를 갖추기 시작했고, 중국에서는 바이두(百度)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연구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바로 이때, ‘바이두 자율주행의 핵심 엔지니어’ 펑쥔과 ‘중국 코딩 천재’라 불리던 러우톈청(楼天城)이 회사를 나와 미국 실리콘밸리에 세운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니AI는 업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후 포니AI는 중국 광저우(广州)를 기반으로 몸집을 키우게 된다. 미국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성장한 회사인 셈이다. 본사는 광저우에 있지만 실리콘밸리에도 주요 R&D 거점을 두고 있다. 중국 광둥(广东)성의 제조업 벨트와 실리콘밸리 AI 인재 생태계를 동시에 활용하는 구조다. 자율주행 업계에서 바이두의 아폴로가 베이징(北京)을 대표한다면, 포니AI는 광저우 일대 남부권의 대표 플레이어로 통한다.
토요타(Toyota)와의 만남은 포니AI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공고히 하고 성장에 불을 붙였다. 지난 2019년 8월, 양사가 처음 협력 사실을 공식 발표한 후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렉서스 자율주행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듬해인 2020년 2월에는 토요타가 약 4억 달러의 거액을 포니AI에 투자하며 화제를 모았다. 중국 스타트업의 기술을 반신반의하던 시절, 토요타의 대규모 투자는 중국 자율주행 기술의 수준을 어느 정도 인정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포니AI 창립자 겸 CEO 펑쥔. 바이두바이커
포니AI 창립자 겸 CEO 펑쥔 소개.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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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4 자율주행 로보택시, 나스닥-홍콩 이중상장
중국 자율주행 업계에서 포니AI를 상징하는 핵심 키워드는 ‘로보택시’다. 실제 로보택시 운영 경험이 가장 두드러지는 회사이기도 하다. 특히 베이징, 광저우, 상하이(上海), 선전(深圳) 등 이른바 중국 4대 도시에서 상용 운영 경험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만하다. 자율주행의 업계에서는 실제 주행을 통해 쌓은 데이터가 곧 경쟁력이어서다. 지난 2025년 기준, 포니AI는 글로벌 누적 자율주행 테스트 5,000만 km 이상을 기록했다.
포니AI 로보택시. 포니AI 공식 홈페이지
다른 중국 자율주행 업체들과 달리, 포니AI는 L4 자율주행(특정 구역 완전자율)을 지향한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단순히 ‘운전자를 보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자율주행에 가까운 고도화 시스템’을 추구한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하는 도심 보조주행(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과는 결이 다르다.
포니AI는 나스닥과 홍콩 이중상장을 선택했다. 먼저 2024년 11월 나스닥 상장 당시 4억 5200만 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 그해 미국 증시 자율주행 분야 최대 IPO 중 하나로 기록됐다. 이어 2025년 11월에는 홍콩 증시에도 데뷔했다. 이중상장을 통해 미중 갈등의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대규모 상용화를 위한 장기 자금 조달 창구를 넓히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당시 포니AI도 홍콩 상장 자금을 “L4 상용화 확대와 글로벌 확장에 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2025년) 포니AI는 연매출 9,000만 달러(약 1312억 원)를 기록했다. 아직 손실이 많은 적자 상태지만 로보택시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28.6% 늘어났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로보택시의 고성장세를 바탕으로 상용화 확대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2025년 기준 포니AI의 로보택시 플릿은 전 세계에서 누적 50만 시간 이상의 완전 무인 자율주행 운영을 완료했다. 사업 범위는 중국을 넘어 아시아, 중동, 유럽 시장까지 확대됐다.
구글의 웨이모는 미국 자율주행의 대표주자로 통한다. 포니AI는 실리콘밸리식의 기술력과 중국의 복잡한 도로 환경 데이터를 결합하며 로보택시 상용화 경쟁에서 가장 앞선 기업 중 하나가 됐다. 실제 운영을 통해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는 포니AI에게 ‘중국판 웨이모’라는 타이틀을 안겨준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승객을 태우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느냐의 싸움에서, 포니AI는 중국식 로보택시의 가능성을 잘 보여준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