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머릿수 싸움이다. 당파성이 강하게 작용하는 선거의 경우 어떤 정당 소속 유권자가 많은지에 따라 결과는 개표 이전에 이미 결정된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대통령 선거만 봐도 알 수 있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주를 빨간색으로 칠하고, 민주당 강세 주를 파란색으로 칠하고 나면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라고 불리는 7개 핵심 경합 주의 표심이 백악관의 주인을 결정한다.
결과를 점치기 어려운 선거도 있다. 지지도나 선호도 조사가 매우 드문 로컬 선거들이다. 이런 선거들은 대개 당적과 무관한, 초당적 선거다. 그 예로는 카운티 수퍼바이저, 판사 선거, 시의회 선거, 교육위원회 선거, 수도국과 위생국 등 특수 지구(Special District) 선거가 있다.
로컬 선거 역시 머릿수 싸움이다. 그런데 머릿수를 헤아려도 주 또는 연방 단위 선거보다 결과 예측이 어렵다. 소규모 선거일수록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워지는 이유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요소는 역시 후보다. 개인의 역량과 효과적인 캠페인을 통해 유권자를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요소는 다양한 소수계 커뮤니티의 정치력 신장이다. 전통적으로 이민 1세 정서가 강한 지역일수록 민족과 출신 국가 등 동질성을 느끼는 후보에게 표를 주는 경향이 강하다. 한인은 한인 후보에게, 베트남계는 베트남계 후보에게, 멕시코계는 멕시코계 후보에게 몰표를 주는 식이다. 동류의식엔 확장성도 있었다. 같은 출신국 후보가 없을 경우 아시아계는 아시아계 후보를, 라티노는 라티노 후보를 밀었다.
과거엔 한인 정치인들이 ‘아시아계 후보 당선’을 바라는 아시아계 유권자들로부터 많은 표를 받기도 했다. 요즘은 이런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10년 사이, OC에서 소수계 유권자가 밀집한 지역에 선거구를 만드는 지역구 선거제 도입이 확산하면서 다양한 소수계 커뮤니티에서 많은 후보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특정 소수계 커뮤니티 밀집 지역에선 해당 소수계 후보가 출마해 당선되는 구도가 고착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풀러턴 1지구와 부에나파크 2지구다. 시 전체를 단일 선거구로 삼았을 때와 달리, 지역구 선거가 시행되면서 마련된 두 선거구는 ‘한인을 위한 선거구’로 불리며, 한인 후보를 계속 당선시켜왔다.
베트남계가 강세를 보이는 가든그로브, 웨스트민스터 등지에선 베트남계 후보가 서너 명씩 출마해 경쟁하는 일도 잦다.
현재 OC의 소수계 정치력 신장을 이끄는 대표적 소수계 커뮤니티는 OC북부 지역의 한인사회, 가든그로브와 웨스트민스터 기반의 베트남계 커뮤니티, 샌타애나와 애너하임의 라티노 커뮤니티, 어바인의 중국계 커뮤니티 등이다.
최근 들어선 필리핀계, 서남아시아계, 중동계 커뮤니티에서도 여러 후보가 자신의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로컬과 가주 선거에 출마하고 있다. 아시아계와 라티노 후보가 증가한 것은 분명 진일보한 변화지만, 이는 소수계의 표 결집보다는 분산을 초래한다.
세 번째 요소는 당파성 강한 투표다. 거대 양당 대립이 심화하면서 한인을 포함한 소수계 커뮤니티에서도 같은 소수계란 이유만으로 표를 주지 않고, 자신이 선호하는 정당 소속이 아닌 경우 지지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민 역사가 깊어지면서 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며, 옳고 그름을 논할 일도 아니다. 단, 한인 유권자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소속 후보만을 뽑는다면 한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수계 투표율이다. 한인을 포함한 소수계 투표율은 카운티 전체 투표율에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역대 선거에서 OC한인 투표율은 베트남계 투표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2000~2010년 사이 활발했던 유권자 등록과 투표 참여 캠페인이 2020년대 들어 쇠퇴한 것이다.
머릿수 계산과 실제 투표율의 간극은 한인 정치력 신장을 위해 커뮤니티 전체가 메워야 할 과제다. 6월 2일 선거는 끝났지만, 선거는 앞으로도 계속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