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가 더 이상 실험실 속 기술이 아니라 산업과 국가안보의 판도를 바꿀 차세대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9일 레이건 국가경제포럼에서 만난 양자컴퓨터 기업 아이온큐(IonQ)의 니콜로 데 마시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양자컴퓨팅이 인공지능(AI), 국가안보, 신약 개발, 반도체, 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 마시 CEO는 “양자 기술은 지금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며 “컴퓨팅뿐 아니라 센싱, 네트워킹, 보안 등 양자 기술 전반이 빠르게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온큐의 경쟁력으로 기술적 성과를 꼽았다. “아이온큐 창업자들은 1995년 세계 최초의 양자 논리 게이트를 만들었다”며 “지난 4월에는 완전한 오류 내성 양자컴퓨터 구축 방안을 담은 실행 가능한 청사진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두 영역을 모두 갖춘 기업은 전 세계에서 아이온큐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AI에 비해 상용화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우리는 AI보다 더 이른 단계에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AI도 수십 년간 연구가 이어졌지만 챗GPT 등장 이후 대중적 전환점을 맞았다”며 “양자컴퓨팅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 마시 CEO는 양자컴퓨팅이 AI의 구조 자체를 바꿀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래의 AI는 기존 GPU와 양자 알고리즘이 함께 작동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사용자는 클라우드를 통해 양자컴퓨터를 활용하고 결과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자 기술이 국가안보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국방은 결국 국가의 회복력에 관한 문제”라며 “경제 규모와 기술력이 전쟁 수행 능력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온큐는 무기를 만드는 회사는 아니지만 신약 개발, 계산화학, 반도체, 에너지, 물류, 금융, 정보 분야를 혁신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의 기반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자 센싱 기술은 이미 국방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온큐의 양자 플랫폼은 잠수함, 위성, 함정, 지상 장비, 드론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나타냈다. 현대자동차가 아이온큐의 초기 투자자 가운데 하나인 만큼 자동차·배터리·반도체 분야에서 협력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대와는 초기 단계부터 배터리와 소재 분야 연구를 함께 진행해 왔다”며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에서도 협력할 수 있는 영역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의 강점으로는 ‘플랫폼 투자’를 꼽았다. 특정 기술의 활용처를 모두 예측하지 못하더라도 국가가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면 그 위에서 기업과 연구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데 마시 CEO는 “광대역 통신망이 연구와 경제 성장의 기반이 된 것처럼 한국과의 양자 기술 협력도 응용과학 전반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온큐 공동창업자인 김정상 듀크대 교수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그는 “크리스 먼로가 최초의 양자 논리 게이트를 만든 과학자라면 김 교수는 수십 년간 물리공학적 발전과 첨단 기술 개발을 이끈 핵심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데 마시 CEO는 “양자컴퓨터 산업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며 “앞으로도 이 산업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