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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정당인데 ‘가·나’ 뭔가요”…최대 8장 투표용지에 곳곳 혼란

중앙일보

2026.06.02 21:22 2026.06.02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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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인 3일 충남 논산시 연산초등학교에 마련된 제1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인 3일 충남 논산시 연산초등학교에 마련된 제1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본투표일인 3일, 일부 투표소에선 건물 담벼락을 따라 대기 줄까지 형성됐다. 투표율은 오후 1시 기준 46.0%(사전투표 투표율 합산)를 기록해 4년 전 지방선거의 동시간대와 비교해 7.7%포인트 높아졌다. 시민들은 자신의 소중한 한 표가 “우리나라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선 “투표 방식이 너무 헷갈린다”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는 본투표는 사전투표와 달리 주소지 관할 투표소에서만 할 수 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주소를 두고 있지만, 다른 곳에 실거주하고 있다는 70대 박순명씨는 “내 지역 투표소가 어디인지 찾느라 시간이 한참 걸렸다”며 “요즘 사고가 많아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1표를 행사하러 왔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1동에 거주하는 박정원(47)씨는 “벼락치기 하듯이 공보물을 보고 투표소를 찾아왔다”며 “말만 번지르르 한 사람이 아니라 아파트값 안정화 등 현실을 잘 아는 사람이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뉴스1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뉴스1


이날 투표소 곳곳에서는 혼란상도 펼쳐졌다. 한 번에 여러 명의 후보를 골라야 하는 점을 헷갈려 하는 유권자들이 적잖았던 탓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기본적으로 7장의 투표용지를 받는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지는 지역 유권자일 경우엔 최대 8장의 투표용지를 받는다. 오전 10시43분 서울 관악구의 한 투표소 앞에선 한 80대 여성 박모씨가 투표 관리관 정모씨에게 관련 질문을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둘 사이의 대화는 이랬다.


▶박씨(유권자)=“‘가’와 ‘나’로 나누어진 경우에도 한 사람만 뽑아야 하는 거예요?”
▶정씨(관리관)=“투표용지 1개당 1번만 찍으셔야 합니다.”
▶박씨=“너무 헷갈린다. 두 명이 같은 정당인데…”
▶정씨=“두 명을 찍으면 무효표입니다.”

선관위에 따르면 선거 원칙은 ‘1장당 1명’이다. 어떤 투표용지든 반드시 하나의 후보자(또는 정당)에만 기표해야 유효표로 인정된다. 한 투표용지에 두 명 이상 기표하면 무효 처리된다. 다만 동일한 후보자의 칸 안에는 여러 번 기표해도 유효하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특정 정당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OO당-가, OO당-나 후보에 두 번 찍으라”는 등의 장난 섞인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같은날 오전 서울 양천구 평생학습관에 설치된 투표소에선 한 유권자가 기표한 투표용지를 보여주려다가 사무원들의 제지를 받는 소동도 벌어졌다고 한다. 이를 목격한 30대 A씨는 “어떤 50대 여성 분이 투표 과정에서 ‘대통령처럼 (용지를) 보여줘도 되느냐’고 계속 중얼거려서 사무원들이 제지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SNS에서 화제인 투표 인증용지의 모습. X 캡처

SNS에서 화제인 투표 인증용지의 모습. X 캡처


투표 관리관과 참관인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유권자들이 투표지를 촬영하려다가 저지당하는 일도 수차례 있었다고 한다. 투표소 밖에서 인증샷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건 문제없지만, 투표지를 공개하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에 일부 20대 유권자들은 캐릭터나 그림을 인쇄한 별도 종이에 도장을 찍는 ‘투표 인증용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날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캐릭터·아이돌·스포츠 구단 등이 들어간 인증용지 도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투표용지 길이 때문에도 혼선이 빚어졌다.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선거의 경우 총 19개 정당에서 후보가 출마하며 용지에 기호가 19번까지 기재됐다. 서울 명동자치회관에서 투표를 한 김영주(여·43)씨는 “투표용지가 길고 여러 개라 미리 공부를 해왔다”며 “공보물을 읽다가 너무 길고 답답해서 챗GPT를 활용해 공약을 요약·정리했다”고 언급했다.

3일 서울 명동자치회관에서 투표를 한 김영주(여·43)씨가 챗GPT로 정당별 공약을 정리해 온 모습. 이규림 기자

3일 서울 명동자치회관에서 투표를 한 김영주(여·43)씨가 챗GPT로 정당별 공약을 정리해 온 모습. 이규림 기자


사전투표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사람도 일부 있었다. 경기 동두천에 거주하는 유명성(63)씨도 “사전투표가 취지는 좋은데 혹시 몰라 오늘 나왔다”며 “투표소에서 본인인증을 위해선 ‘서명’을 하거나 ‘도장’을 찍어야 하는데 서명도 조작될 가능성이 있어 도장을 챙겨왔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민원과 소란 관련 112 신고도 지속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부터 낮 12시까지 접수된 선거 관련 신고는 총 213건이다. 유형별로 보면 투표방해·소란이 28건으로 가장 많았고, 교통 불편(10건)과 폭행(2건)이 뒤를 이었다. 오인 신고 등을 포함한 기타 신고는 173건이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는 한 남성이 투표를 마친 뒤 용지를 투표함에 넣지 않은 채 밖으로 나가려다 제지를 받자 고성을 질렀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서울 영등포구에서는 75세 여성이 자신이 받은 용지에 이미 기표가 되어 있다며 소란을 피우는 일도 발생했다. 경찰은 ‘갑호비상’을 발령하고 돌발 상황 등을 대비하고 있다.



김정재.오삼권.이아미.이규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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