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끝난 더CJ컵 바이런 넬슨 대회장에서 만난 이미향. 자신을 괴롭혔던 어깨 부상을 털고 일어나 필드로 돌아온다. 고봉준 기자
골프는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이제 좀 달리려고 하면 멈춤 신호를 준다. 이미향(33)이 그랬다. 그토록 기다린 우승을 맛보기 무섭게, 다시 부상이 찾아왔다. 그렇게 이어진 한 달간의 휴식기. 새삼 골프가 그리워졌고, 몸과 마음을 추슬러 다시 필드로 오른다.
최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CJ컵 바이런 넬슨 현장에서 이미향을 만났다. 대회가 열린 미국 댈러스는 이미향이 10년째 살고 있는 거점이다. 이미향은 “나는 PGA 투어가 아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수지만, 이 대회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스코티 셰플러를 비롯해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많이 출전해 관전하러 왔다”면서 “사실 경기 자체보다도 동료들의 플레이를 제3자의 시선으로 보고 싶었다. 어떻게 찬스를 잡고, 또 어떤 방법으로 위기를 벗어나는지 눈으로 보고, 일부는 필기도 했다”고 웃었다.
이미향은 지난 3월 중국에서 열린 블루베이 LPGA에서 정상을 밟았다. 2017년 7월 스코티시 여자오픈 이후 무려 8년 8개월 만의 우승. 이미향은 그때를 떠올리며 “사실 2021년에는 골프를 그만두려고 했다. 허리 디스크가 심해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까지 받아 약도 복용했다. 그래서 이번 우승이 더욱 감격스러웠다”고 했다.
이미향은 허리가 고장 난 2021년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상금 랭킹이 108위까지 떨어졌고, 이듬해에는 시드를 잃을 위기까지 맞았다. 해법을 찾지 못한 이미향은 골프와 아예 거리를 두기로 했다. 영어를 익히고, 춤도 배우면서 전혀 다른 일상을 보냈다. 그러자 다시 골프가 하고 싶어졌단다.
이렇게 다시 일어난 이미향. 블루베이 LPGA 우승으로 완벽하게 재기하나 싶었지만, 또 악재가 찾아왔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도진 어깨 통증이 부상으로 악화했다. 이미향은 “경기 도중 나무뿌리를 치며 어깨를 다쳤다. 병원에선 휴식을 권했지만, 시드 유지를 위해 출전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결국 올해 들어 탈이 났다. 풀스윙이 힘든 상황이 됐다. 우승할 때까지는 어떻게든 버텼는데 그 이후로는 도저히 견디기가 어려워 5월 한 달을 쉬었다”고 덧붙였다.
이미향의 복귀전은 4일 개막하는 US여자오픈이다. 통산 3승을 거두는 동안 아직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는 이미향은 “다행히 몸 상태가 많이 좋아져 이제는 풀스윙도 가능해졌다. 최근에는 연습량도 많이 늘렸다”면서 “이번 US여자오픈를 시작으로 메이저대회가 계속된다. 큰 무대에서 생애 처음으로 다승의 기쁨을 맛보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