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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지퍼백 투표’…서울 곳곳 투표용지 부족 대혼란

중앙일보

2026.06.03 03:04 2026.06.0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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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서울 송파구 잠실2동 6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서울 송파구 잠실2동 6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본투표 당일인 3일 서울 지역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수시간가량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22년 대선 사전투표 당시 ‘소쿠리 투표’에 이어 또다시 선거관리 부실 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선관위가 천인공노할 대혼란을 야기했다”며 선거 무효와 재투표를 주장했다. 허철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9시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투표 용지 부족으로 투표소를 찾아주신 국민께 큰 혼란과 불편을 드리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중앙선관위와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후 서울 송파·강남·광진구 등 서울 시내 최소 14곳 이상의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일시 중단됐다. 해당 투표소에선 수십~수백 명의 유권자가 대기하거나 아예 투표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등 혼란이 벌어졌다. 허 총장의 기자회견 뒤 언론와 질의응답에 나선 선관위 관계자는 “18시 기준으로는 송파구에 12개, 강남과 광진구에 각 1개씩 14개 투표소가 투표용지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을 했다”며 “18시 40분경 대부분 해소가 됐고, 송파구 3개 투표소만 투표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송파구 가락2동·잠실2동·잠실4동·잠실7동·문정2동·잠실2동, 강남구 청담동과 광진구 구의3동으로 파악이 됐다”고 덧붙였다.

일부 투표소에선 투표 마감시각 이후 유권자에게 '대기표'를 나눠주며 또다른 논란을 낳았다. 뒤늦게 각 지역 선관위가 지퍼백과 종이 봉투에 담은 투표용지를 투표소에 보내 투표를 재개하자, 일각에선 ‘지퍼백 사태’라는 말까지 나왔다. 잠실 7동 2투표소의 경우에는 투표용지를 구하지 못해 밤 10시까지도 투표가 종료되지 못했다.

동네 커뮤니티와 주민 단체 대화방에는 “살다가 이런 일도 있느냐”“너무 황당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강남과 송파는 선거일 당일 본투표율(오후 5시 집계 기준)이 각각 38.2%와 37.7%를 기록해 서울 전체 25개 구 중 2·3위를 기록할 만큼 본투표가 몰린 지역이다.

투표용지가 부족해지자 각 지역별 선관위에서 지퍼백에 담긴 투표용지를 투표소로 전달해 투표가 재개됐다. 지퍼백에 담긴 투표용지를 꺼내고 있는 선거 사무원들. 사진 국민의힘 서울시당

투표용지가 부족해지자 각 지역별 선관위에서 지퍼백에 담긴 투표용지를 투표소로 전달해 투표가 재개됐다. 지퍼백에 담긴 투표용지를 꺼내고 있는 선거 사무원들. 사진 국민의힘 서울시당

선관위의 대처 역시 신속하지 않았다. 선관위가 언론에 처음 입장문을 전한 것은 논란이 퍼진 뒤이자 투표 마감 35분 전인 이날 오후 5시 25분이었다. 선관위는 “지방선거 투표율이 지난 선거보다 높아서 송파구 일부 투표소에서 준비된 투표용지가 부족해 현재 송파구 선관위에서 해당 투표소로 투표용지를 이송 중”이라며 “대기 중인 유권자는 투표 마감 시간이 지나도 정상 투표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송파 외에 다른 지역에 대해선 해명조차 하지 않았다.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용지는 충분히 인쇄해뒀다. 배분의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며 “예상보다 본투표율이 너무 높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밤 9시경 기자회견에 나선 허 사무총장도 “투표용지가 부족한 해당 투표소와 관련해 개표가 진행 중에 있다”며 “추가로 이송된 투표 용지 수와 지연된 시감 등을 상세하게 파악할 수 없어 정확한 답변을 드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6·3 지방선거 본투표가 실시된 3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원회에서 서울 송파구 등 일부 투표소에서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앞서 서울 송파구 잠실2동 제6투표소와 가락2동 제3투표소 등을 비롯한 일부 투표소에서는 준비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하는 혼선이 빚어졌다. 뉴스1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6·3 지방선거 본투표가 실시된 3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원회에서 서울 송파구 등 일부 투표소에서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앞서 서울 송파구 잠실2동 제6투표소와 가락2동 제3투표소 등을 비롯한 일부 투표소에서는 준비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하는 혼선이 빚어졌다. 뉴스1

“투표율이 높았다”는 선관위의 설명을 두고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후 10시 기준 중앙선관위가 집계한 잠정 투표율은 61%로 2018년 7회 지방선거(60.2%)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관위가 또 안일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파 지역 주민들 단톡방에서 투표 용지 사태를 두고 주민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커뮤니티 캡처

송파 지역 주민들 단톡방에서 투표 용지 사태를 두고 주민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커뮤니티 캡처

선관위에 따르면, 매 선거에선 역대 투표율 등을 고려해 전체 유권자보다 적은 숫자의 투표용지를 인쇄해놓는다고 한다. 이번 지방선거의 전체 유권자가 4464만9908명인데 실제 인쇄량은 이보다 적다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방선거 투표율이 통상 60%대 수준이고, 사전투표의 경우 현장에서 용지를 인쇄해 배포한다”며 “예산 낭비 우려가 있어 70~80%대 투표율을 예상하고 투표용지를 인쇄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선관위 관계자도 “사전 투표를 한 분들도 있어, 송파구는 본투표 기준 전체 유권자 수의 50%를 인쇄한 걸로 파악이 됐다”고 말했다. 송파구의 사전 투표율은 23.3%였다. 사전투표자들은 미리 투표된 인쇄용지가 아닌 현장에서 즉석으로 인쇄해주는 투표용지에 투표를 한다. 다만 이번 사태가 선거 결과의 미칠 영향과 관련해선 “직접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 소송 절차 등을 통해 법원의 결정을 따라야 될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3일 여의도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3일 여의도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해명에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긴급 입장문을 내고 “투표용지가 부족해서 투표를 못 하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소식이 들어오고 있다”며 “지금이 19세기도 아니고, 선거가 끝나는 대로 곧장 이번 사태의 진상규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선관위의 안일함과 무능함이 끝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려 천인공노할 대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허 사무총장 기자회견 약 30분 뒤 국민의힘 중앙당사 지하1층 상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투표의 공정성은 깨졌다. 이미 서울시장 선거는 오염된 선거다. 오염된 선거는 무효”라며 재투표를 주장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유감을 나타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서울시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서 투표를 못 하고 있다는 소식”이라며 “투표 사무를 준비해 온 중앙선관위를 비롯한 서울시 선관위의 선거 준비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장 대표 기자회견 직후 개표 관련 단 입장을 발표하며 “부실한 선거 관리에 대해 반드시 책임 물을 것”이라며 “다만 현재 국민의힘에서 주장하는 개표 중단과 재투표는 일고의 가치 없다”고 말했다.

전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공정하고 정확한 투·개표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밝힌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은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허 사무총장은 “개표가 종료되는 즉시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원인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책임 질 일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박태인.양수민.김예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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