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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향, 몸도 마음도 다 추슬렀다

중앙일보

2026.06.03 08:01 2026.06.0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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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멈춰 있을 땐 빨리 달리라고 채근하더니, 속력을 좀 내볼까 싶으면 ‘일단 정지’ 사인을 보낸다. 이미향(33·사진)이 그랬다. 그토록 기다리던 ‘우승의 맛’을 만끽하려는 순간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그렇게 한 달간 강제 휴가를 보낸 뒤 몸과 마음을 추슬러 다시 필드에 오른다.

최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CJ컵 바이런 넬슨 현장에서 갤러리로 참여한 이미향을 만났다. 대회가 열린 미국 댈러스는 그가 10년째 거주 중인 도시다. 이미향은 “이 대회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었다. 한국 선수들도 많이 출전했다는 소식을 듣고 관전하러 왔다”면서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를 제3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싶었다. 어떻게 찬스를 잡고 어떻게 위기에서 벗어나는지 눈에 담았고, 일부는 잘 적어뒀다”고 했다.

이미향은 지난 3월 중국에서 열린 블루베이 LPGA에서 고대하던 정상을 밟았다. 지난 2017년 7월 스코티시 여자오픈 이후 무려 8년 8개월 만의 우승이다. 이미향은 “사실 2021년쯤 골프를 그만두려고 했다. 허리 디스크가 심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시절이다. 우울증 진단을 받아 약도 먹었다”면서“시련이 깊었기에 우승이 더욱 감격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허리가 고장난 2021년 이후 이미향은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상금 랭킹이 108위까지 떨어졌고, 이듬해엔 시드를 잃을 위기까지 맞았다.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한 그는 일부러 골프와 거리를 뒀다. 영어를 익히고 춤을 배우면서 골프와 상관 없는 일상을 보냈다. 그렇게 지내는 동안 무뎌진 도전 정신과 승부 근성이 다시금 날카로워졌다.

블루베이 LPGA 우승과 함께 본격적으로 재기하나 싶었지만, 또 다른 악재가 찾아왔다. 지난해 후반기에 경기 도중 채를 휘두르다 나무 뿌리를 때린 뒤 어깨 통증이 시작됐고, 결국 부상으로 이어졌다. 이미향은 “병원에선 휴식을 권했지만, 시드 유지를 위해 출전을 포기할 수 없었다”면서 “결국 올해 들어 풀 스윙이 힘든 상황이 됐다. 우승할 때까진 이를 악물고 버텼지만, 결국 도저히 견디기 힘들어 5월 한 달을 쉬었다”고 말했다.

이미향의 복귀전은 4일 개막하는 US여자오픈이다. 통산 3승을 거뒀지만 아직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어 의욕이 남다르다. “다행히 몸 상태가 많이 좋아져 최근 연습량을 많이 늘렸다”고 털어놓은 그는 “US여자오픈을 시작으로 메이저대회가 이어진다. 다승의 기쁨을 큰 무대에서 만끽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고봉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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