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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수저’ 다비드 “할머니 덕분에 음악이 게임 같았다”

중앙일보

2026.06.03 08:01 2026.06.0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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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에 스위스 루가노에서 외할머니인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함께 피아노를 연주했던 다비드 첸. 공식적인 첫 무대였다. [사진 다비드 첸]

8살에 스위스 루가노에서 외할머니인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함께 피아노를 연주했던 다비드 첸. 공식적인 첫 무대였다. [사진 다비드 첸]

태어나보니 외할머니가 마르타 아르헤리치. 할머니는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의 동생.

다비드 첸(18)은 그야말로 ‘피아노 수저’ 피아니스트다. 그의 어머니는 비올리니스트이자 변호사인 리다 첸. 20세기부터 피아니스트의 전설로 불리는 마르타 아르헤리치(84)가 첫 번째 결혼에서 얻은 딸이다.

다비드 첸의 아버지는 피아니스트인 블라디미르 스베르델로프-아슈케나지, 아버지의 외삼촌은 명피아니스트인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89). 차이콥스키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잇달아 우승한 피아니스트다.

“아버지 쪽으로는 내가 4대째 피아니스트다.” 다비드 첸은 e메일 인터뷰에서 “음악가가 된다는 것은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했다. 아슈케나지 집안은 블라디미르의 아버지부터 러시아의 명망 있는 피아니스트였다. “7살에 다니엘 바렌보임 앞에서 연주했고, 그밖에도 위대한 예술가를 많이 만나 그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할머니인 피아니스트 엘레나 아슈케나지에게 음악을 처음 배웠고, 데뷔는 외할머니와 했다. 8살에 스위스 루가노의 마르타 아르헤리치 페스티벌에서 아르헤리치와 한 피아노를 연주한 것이 첫 무대였다. 또한 스위스 청소년 콩쿠르, 슈투트가르트 청소년 콩쿠르 등에서 입상했고 최근에는 독일과 아시아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다비드 첸

다비드 첸

그의 어린 시절은 집안의 수많은 음악가와 함께 기억된다. “할머니는 피아노로 여러 게임을 만들어 내가 피아노를 즐기도록 했다. 4살에 처음 피아노를 쳐봤다.”

8살이었던 그를 데뷔시킨 아르헤리치는 강력한 멘토다. “그때 프로코피예프 ‘피터와 늑대’를 함께 연주했다. 부끄럽게도 나는 그 무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 굉장히 태연했다. 공연이 끝나고 받은 첫 공연료로 아이패드를 샀다.”

다비드 첸은 아르헤리치를 ‘모모’라 부른다고 했다. “처음으로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협주곡 1번을 연주했을 때 모모가 직접 레슨을 해주고 진지하게 많이 가르쳐주셨다. 우리는 삶과 음악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나눈다. 내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다.”

아르헤리치와 아슈케나지 가문의 교차로에서 태어난 만큼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피아니스트가 된다는 생각이 그렇게 특별하고 의미 있지는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각이 달라졌다. “지금은 다르다. 살아 있는 동안 음악을 사람들에게 계속 전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 내가 진정 원하는 방식을 찾아 연주하고 싶은 희망이 생겼다.”

다만 영향은 외가 쪽이 좀 더 커 보인다.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는 안타깝게도 만나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의 리스트 ‘도깨비불’ 연주는 정말 많이 들었다”고 했다. 다비드 첸은 어머니 리다 첸과도 종종 함께 연주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달 첫 한국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15세 스위스 피아니스트인 루카 시쉬와 함께 10일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듀오 무대에 선다. 슈베르트·쇼팽·라흐마니노프의 독주와 이중주 작품을 들려줄 예정이다. 다비드 첸은 “무엇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 많은 나라에 가게 돼 기대된다”고 했다. 이번 무대는 4~12일 열리는 클래시컬 브릿지 국제 음악 페스티벌 중 하나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미샤 마이스키의 첼로, 미하일 플레트네프의 지휘 등이 준비돼 있다.





김호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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