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30여 년 전 대학의 문을 나서며 반도체 패키징 전문 기업인 앰코의 신입 사원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돌이켜보면, 교과서 속 지식보다 제조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익힌 경험이 실무에서 훨씬 더 도움이 됐다. 반도체 패키징 산업 현장에서 밤낮없이 보낸 긴 세월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고, 그 세월이 내게 가르쳐 준 진리는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는 사실이다.
요즘 지역 대학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한편이 훈훈해진다. 전북대에서는 인공지능(AI) 로봇팔이 자동차 조립을 스스로 학습해 움직이고, 전남대에는 앰코가 지원한 첨단 반도체 패키징 장비들이 속속 캠퍼스로 들어서고 있다. 또 충남대에는 글로벌 기업과 나란히 연구하는 산학협력 공간이 열리고 있다.
강의실이 곧 현장이 돼, 학생들이 ‘답이 있는 자리’로 성큼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내가 학생이던 시절에는 감히 그려보지 못한 풍경이라 참 반갑고 고맙다.
그러나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캠퍼스로 첨단 장비를 보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 장비를 실제로 가동하고 활용할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가 함께 전수될 때 의미를 갖는다. 멈춰 있는 장비에 숨을 불어넣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에 평생을 산업 현장에서 보낸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대학과 지역사회가 함께 인재를 키워가는 데 작은 바람을 전하고자 한다.
우선 대학에는 기업을 단순한 외부 후원자로만 여기지 말고, 함께 청년을 가르치는 ‘교육의 동료’로 맞아 달라는 부탁을 드린다. 현장의 베테랑이 교단에 서고, 학생들이 그 손끝의 경험을 고스란히 이어받을 때 비로소 살아있는 지식의 전수가 이뤄진다. 정부나 지역 사회의 지원 역시 건물이나 새 장비를 들여놓는 외형적 성장에만 머물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짜 현장을 아는 사람을 모셔오고, 그들이 안정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긴 호흡으로 뒷받침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마음 깊은 곳에 품은 또 하나의 간절한 바람이 있다. 어렵게 키운 인재들이 지방을 떠나서야 겨우 기회를 얻는 현실을 볼 때면 늘 마음이 무겁다. 청년이 나고 자란 터전에서 일자리를 얻고 미래를 향해 성장할 수 있어야, 우리가 말하는 ‘상생’과 ‘균형 발전’도 진정한 온기를 갖게 될 것이다.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 그리고 지금 수많은 지역 대학의 캠퍼스가 그 현장의 문을 활짝 열고, 산업과 교육이 만나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 필자는 세계 곳곳의 제조 현장을 돌고 돌아왔다. 이제 그 길 위에서 만날 미래의 후배들과 나란히 걸어갈 날을 기쁘게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