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시조가 있는 아침] (331) 엊그제 꿈 가운데

중앙일보

2026.06.03 10:23 2026.06.03 13:4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유자효 시인

유자효 시인

엊그제 꿈 가운데
장경세(1547∼1615)

엊그제 꿈 가운데 광한전(廣寒殿)에 올라가니
임이 날 보시고 가장 반겨 말하시네
먹은 맘 다 삷노라 하니 날 새는 줄 모르노라
-사촌집(沙村集)

이별은 명작의 배경
엊그제 꿈속에서 달 속의 항아가 사는 광한전에 올라갔었지. 임이 날 보시더니 무척 반기며 말씀하시네. 내 속마음을 다 말하노라 날 새는 줄도 몰랐어라.

얼마나 내 속에 사연이 많았으면 밤새워 말했으랴. 이 경우 임은 연인 또는 임금의 중의적 의미를 갖는다.

장경세(張經世)는 선조 때의 문인으로 경전과 역사서에 두루 밝았다. 문장에 있어서는 당송팔가(唐宋八家:한유·유종원·구양수·소순·소식·소철·증공·왕안석)를 모범으로 삼았다. 성리학에 조예가 깊어 일가를 이루었다. 남원의 주암선원에 제향됐다.

이별은 개인적으로는 아픔이지만 명작이 탄생하는 배경도 된다. 작자가 전하지 않는 시조 한 편을 감상해본다.

엊그제 임 이별하고 벽사창(碧紗窓)에 지혀시니/ 황혼에 지는 곳과 녹유(綠柳)에 걸린 달을/ 아무리 무심히 보아도 불승비감(不勝悲感) 하여라

엊그제 임과 이별하고 푸른 깁으로 바른 창에 기대었으니, 황혼이 지는 곳과 푸른 버들에 걸린 달을, 아무리 무심히 보려고 해도 슬픔을 이기지 못하겠구나.

유자효 시인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