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이 안으로 굽는 대표적 감정 중 하나는 애향심일 것이다. 고향의 물이라면 호수나 시냇물 풍경은 물론 샘물까지도 다 아름답고 맛있으며, 고향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다 반갑다. 그래서 고려시대 문호 이규보 선생도 삶의 ‘4쾌(快·통쾌함)’로 가뭄에 단비, 신혼초야, 과거급제와 함께 ‘타향봉고인(他鄕逢故人)’ 즉 ‘타향에서 고향 사람을 만났을 때’를 들었으리라. 현대의 시조시인 이호우 선생이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 지고…”라고 읊은 것도 진한 애향심 표현에 다름 아니다.
美:아름다울 미, 故:옛 고, 鄕:고을 향, 親:친할 친. 아름답든 안 아름답든 고향의 물이고 친하든 안 친하든 고향 사람이다. 33x70㎝.
교통은 불편하고 휴가도 거의 없던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고향이 그리워서 우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공장노동자, 서독 파견 광부와 간호사….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 역~” 노래로 향수를 달랬다. 뼈저리게 그리운 고향에 끝내 가지 못하고 돌아가신 남북 이산가족도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노래 속의 그 ‘머나먼 고향’을 언제라도 갈 수 있게 된 지금도 전보다야 덜하겠지만 사람마다 고향 그리는 마음은 여전하리라. 고향 사투리 한 마디에 가슴이 찡할 때도 있고. 그런데 이런 향수와 애향심을 정치적으로 악용하여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조장한 파렴치한들이 있다. 지금도 정치판에는 어떤 지역을 특정 색깔로 규정하려 드는 악습이 남아있고, 북한이 통일의 대상임은 망각하고 부러 적국임을 강조하는 사람도 있다. 안 된다! 역사에 비춰보면 ‘무궁화 삼천리’를 넘어 만주까지도 고향으로 느껴져서 울컥할 때가 있는데 하물며 한반도 안에서야! 이제, 동서남북 어디서라도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 지는” 반가움 속에서 고향산천을 이야기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한민족과 함께하는 사람이 있는 곳 어디라도 다 우리의 고향이게 해야 한다. 낙원이 따로 없다. 고향이 곧 낙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