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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밥상물가와 ‘도약의 마찰음’

중앙일보

2026.06.03 10:31 2026.06.0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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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성 경제부 기자

안효성 경제부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2024년 3월 이후 처음으로 3%를 넘어섰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 등 석유제품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영향이라지만, 밥상물가도 심상치 않다. 쌀(13.5%), 달걀(10.2%), 수입 쇠고기(7.6%)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소득이 낮을수록 물가 상승, 특히 밥상물가의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데이터처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1분위)의 올해 1분기 식료품 지출액은 30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28만8000원)보다 5.0% 증가했다. 육류가공품 지출은 29.4%를 필두로 빵·떡류, 유제품 및 알, 곡물 등의 지출 증가폭이 두 자리수다. 하나같이 줄이기 어려운 필수 식료품들이다.

저소득층일수록 밥상물가 상승에 취약하다. 올해 1분기 하위 20% 가구의 식료품 지출은 5% 늘었다. [연합뉴스]

저소득층일수록 밥상물가 상승에 취약하다. 올해 1분기 하위 20% 가구의 식료품 지출은 5% 늘었다. [연합뉴스]

취약계층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질 수 밖에 없다. 1분위 가구의 가계 여윳돈(흑자액)은 -51만9000원으로 적자를 냈다. 적자 규모가 1년 새 8만1000원(18.5%) 늘었는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다. 소득은 전년보다 2.7% 증가했는데, 소비지출은 7.3% 늘어난 결과다. 반면 상위 20%(5분위) 가구의 가계부는 정반대다. 5분위 가구도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식료품 지출이 전년보다 1.1%가 늘어나는 등 소비 지출이 6.9%가 늘었다. 그런데도 5분위 가구의 여윳돈은 407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2.6%(10만3000원) 늘었다. 월평균 소득이 1237만8000원으로 처음으로 1200만원을 돌파하는 등 가파르게 늘어난 결과다.

이런 격차는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중동사태는 물론, 고환율, 고금리 등 물가를 자극할 요인이 많다. 성장의 과실이 고소득층과 반도체 등 특정 산업에 집중되는 ‘K자 양극화’ 시대에는 소득과 자산 격차 역시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도 ‘물가와의 전쟁’에 결연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재정 부담을 감수하고 석유류 최고가격을 제한하는 등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머릿 속을 맴도는 건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현상에 대해 “한국 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자 “위기의 전조가 아닌 도약의 마찰음”이라고 평가한 청와대 김용범 정책실장의 발언이다.

밥상물가를 마주한 취약계층이 고물가가 가계 살림의 위기의 전조이자 경고음이 아닌 ‘도약의 마찰음’이라는 정부의 인식을 얼마나 납득할 수 있을까. 성장의 과실은 고소득층에 집중되고 비용은 취약계층이 떠안는 K자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밥상물가 앞에서 울리는 소리는 ‘도약의 마찰음’이 아니라 양극화가 보내는 경고음으로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정책을 마련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안효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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