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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근의 경제를 묻다] “구조적 초과세수?…너무 앞서가다간 구조적 적자 위험”

중앙일보

2026.06.03 10:35 2026.06.0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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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개혁론자’ 전주성 이화여대 명예교수
조민근 논설위원

조민근 논설위원

선거가 마무리되면서 미뤄둔 경제정책 이슈들도 수면 위로 올라올 태세다. 부동산을 포함한 세제개편안은 당장 다음 달 발표될 예정이다. 이어 예산 편성 작업도 본격화한다. 확대 재정이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반도체발 초과세수’의 성격과 용처를 둘러싼 논쟁도 일찌감치 불붙고 있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은 500조원을 넘어간다. 단순계산으로도 법인세만 100조원가량 걷힌다는 계산이다. 정부의 기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가 단지 일시적이 아니라 장기 구조의 변화이고, 초과세수 역시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 성격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배당금을 통한 환원, 국부펀드 투입을 통한 투자 등 백가쟁명식 활용법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전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의 막대한 이익을 놓고 노사가 벌인 성과급 힘겨루기의 ‘재정판 시즌 2’가 시작된 것이다.

AI 확산에 법인세 늘어도 소득세 줄어 상쇄
불확실할 땐 보수적 접근이 책임있는 자세
부동산세, 두더지 잡기식 개편은 저항만 불러
땜질 넘어 금융소득 아우른 재산과세 틀 짜야

전주성 이화여대 명예교수를 지난달 29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만났다. 김경록 기자

전주성 이화여대 명예교수를 지난달 29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만났다. 김경록 기자

또 한 번의 ‘재정 전쟁’이 예고된 상황에서 진보·보수 정부에 두루 자문해 온 재정 전문가인 전주성(69) 이화여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세금과 복지의 절반은 정치”라고 말하는 그는 적극 재정을 옹호한다. 하지만 이를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현실적 세원 확보와 함께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중도 성향의 개혁론자라 할 수 있을 테다. 현 정부의 재정정책 기조에 대해 그는 “적자가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설득할 명확한 미래 비전과 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라 곳간 채울 방안도 제시해야

Q : 4년 전 발간한 『재정전쟁』에서 큰 정부가 부활하면서 과거와 차원이 다른 ‘정부 개입의 시대’가 올 것이라 했다. 그 예고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인가.
A : “적자 재정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탈(脫)세계화, 각자도생의 시대로 가면서 전략산업 지원과 복지·환경 등 재정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고 있다. 여기에 바닥 경기 침체까지 겹쳐 있는 상황이다. 이럴 때 경기를 조절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단기적으로 재정을 확대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구조개혁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 역시 투자 비용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적자 재정을 하더라도 왜, 그리고 어디에 필요한지, 언제 어떻게 갚아나갈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Q : 재정은 화수분이 아닌데.
A : “대통령이 곳간을 털어서라도 민생을 살리겠다고 나선다면, 참모들은 그 곳간을 다시 채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정책 하모니’가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 재정에는 현재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빚의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 지난 수년간 연평균 국가 채무의 증가율이 9% 수준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5%를 크게 넘어섰다. 아무리 의도가 좋더라도 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 국가 신인도가 의심받을 수 있다. 또 일시적인 적자가 아닌 구조적 성격의 적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중장기적으로 재정을 안정시킬 신뢰할 만한 시나리오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


Q : 상당 기간 반도체 세수가 넉넉히 걷히는 ‘구조적 초과세수’에 대한 기대도 나오는데.
A : “반도체 호황이 일시적인지, 구조적으로 지속될지에 따라 세수의 성격과 사용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AI 투자 붐은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현상이다. 이번 사이클이 과거와 다를지는 아무도 모르고, 판단하기도 아직 이르다. 이렇게 불확실할 때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다. 만약 초과세수가 구조적이라고 판단해 지출도 구조적으로 짜놓았는데, 반도체 경기가 꺾여버리면 구조적 적자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적자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게 구조적 적자다. 그러니 아직은 좀 신중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Q : 초과 세수를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국민배당금으로 활용하거나, 노르웨이식 국부펀드로 운용하자는 제안 등은 어떻게 보나.
A : “설령 법인세가 구조적으로 늘어난다 해도 이를 따로 떼 용처를 정해 놓는 건 위험하다. AI 확산으로 법인세가 늘더라도 일자리가 줄어들며 소득세는 줄어들 수 있다. 법인세 증가를 소득세 감소가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인세는 특별한 정책적 목적을 위해 세입과 지출을 연계한 목적세가 아니다. 설령 구조적으로 세수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재정 전반의 수급 차원에서 다루는 게 바람직하다.”


Q : 그럼 당장 초과세수는 어디에 써야 하나.
A : “돈에 이름표가 달린 것도 아니니 별도의 용도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건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경제 전망과 재정 수요의 우선순위를 따져 쓰도록 하고, 전반적인 재정 성과에 책임지면 된다. 다만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일부라도 국채를 상환하는 데 쓴다면 정부의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시장과 국민이 ‘이 정부가 쓸 때는 쓰더라도 챙길 건 챙기는구나’ 하지 않겠나. 그런 믿음을 얻는다면 당장 적자재정을 하더라도 부작용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땜질식 개편 반복에 세제 ‘누더기’

Q : 반도체 초과 세수와는 별개로 곳간을 채울 구조적 세원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A : “과거 노무현 정부를 돌아볼 때 가장 큰 아쉬움은 재원 확보 방안 없이 복지 비전에만 집착했던 것이다. 이재명 정부도 기본소득 등을 내세우려 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 부동산 등 특정 세금에 집착하는 건 실효성도 없고 위험한 선택이다. 안정적 세수를 확보하려면 근본적 세제개혁이 필요하다. 먼저 GDP 대비 조세부담률을 5%포인트 정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이고 과감한 목표부터 세워야 한다. 핵심 전략은 세제 단순화, 세원 다양화, 비생산적 지대(地代)에 대한 과세다. 그간 땜질식 개편으로 누더기가 된 세제를 단순화하는 것만으로도 효율이 오르고 조세 저항도 줄어들어 상당한 세수 확보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Q : 부동산 양도세 개편에 이어 함께 보유세 강화론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세수 확보나 합리화 차원이라기보다는 시장 안정 조치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
A : “우리 세제는 그 자체의 정당성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너무 세세한 정책 목표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조세를 이용하는 방식은 도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효과보다 부작용이 큰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대다수 중산층에 집 한 채 가지는 것은 안전한 재산 증식 수단이자 노후 보험이란 인식이 확고하게 박혀있다. 이런 부동산에 대한 과세를 너무 일방적으로 토론 없이 밀어붙이다간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기 쉽다. 게다가 우리 부동산은 주택 시장과 전세 시장이 연결된 이중 구조라 보유세의 상당 부분은 세입자에 전가되기 쉬운 시스템이다.”


Q : 세수 확보와 함께 부동산 세제의 효율과 형평성도 높이기 위한 대안은 뭔가.
A : “땜질식 처방보다는 중장기 개혁 플랜에 따라 금융소득과 부동산을 아우르는 전체 재산 과세의 새 판을 짤 필요가 있다. 두더지 잡기식으로 하나씩 때리고 들어간다고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조세 저항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피하기 어려운 ‘병목 과세’인 상속세도 재산 보유세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명확한 개혁 비전 제시해야

Q : 저서 『개혁의 정석』에서 교육·노동 등 구조개혁 필요성을 강조하고, 역대 정부의 실패 과정도 짚었다. 임기 1년을 맞은 이재명 정부를 같은 잣대로 평가한다면.
A : “노무현 정부도 일종의 실용 정부였다. 재원 확보에 실패하면서 비전 수준으로 끝났지만, 지역·계층·기업 간 불균형 해소라는 큰 그림은 높이 살 만했다. 문재인 정부는 높은 지지율에도 탈원전·부동산 등 이데올로기형 정책에 집착하다 임기를 낭비했다.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는 민생과 통상 분야 등에서 탈이데올로기적 성향과 신축적 상황 대응으로 성과를 냈다. 하지만 핵심 분야별 개혁 비전은 잘 보이지 않는다. 노동개혁은 시장의 이중구조 등 급소는 놔두고 진영 논리에 끌려가는 식의 법안 통과만 이어지니 중도층의 의구심을 산다. 사교육 망국병이 고착화한 교육부문 개혁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실용주의를 임기응변식 정책 대응 정도로 착각하면 오산이다.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이 전제돼야 실용주의에 내재된 신축성, 포용성이 힘을 받을 수 있다. 개혁은 초기에 비용이 발생하고 편익은 미래에 나타나 현실적으로 정치적 부담이 크다. 그나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고, 여당도 다수당인 현시점에서 개혁의 시동을 걸어야 한다.”

◆전주성=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마틴 펠드스타인, 재무장관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가 지도교수였다. 이화여대에 재직하며 재정학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개도국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한국형 발전이론을 연구하는 DPI(발전패러다임연구소)의 대표로 있다.



조민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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