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사병 전설이 되다' 2화 속 한 장면. 강성재(박지훈)가 미역 줄기를 몸에 두르고 신처럼 등장한다. [사진 tvN 유튜브]
송아지처럼 큰 눈에선 금방이라도 눈물이 툭 떨어질 것 같다. 처연한 눈빛의 단종부터 순하고 어리버리한 이등병까지. 올해 상반기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와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로 연이어 주목 받은 가수 겸 배우 박지훈(27)의 이미지다. 2일 서울 종로구 북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화면 속 여린 이미지와 달리 구릿빛 피부와 힘찬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하며 밝은 에너지를 뿜어냈다. 올해 ‘대운’이 든 게 아니냐는 질문에 “저는 사주 같은 걸 믿는 편이 아니라 잘은 모르겠지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할 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지훈은 현재 방송 중인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에서 취사병 강성재로 열연하고 있다. ‘취사병…’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B급 코미디 드라마다. 강림소초에 배치된 이등병 강성재가 훌륭한 취사병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달 11일 tvN에서 처음 방송된 드라마는 전국 시청률은 5.8%로 시작해, 1일(7화) 7.1%를 기록하며 케이블 및 종편 채널 동시간대 1위를 했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 2화 속 한 장면. 명화 '천지창조'를 B급 코미디로 오마주했다. [사진 tvN 유튜브]
박지훈은 “현장에서 배우들과 호흡이 잘 맞아 재밌게 봐주신 것 같다”며 “즉석에서 대본에 살을 붙인 애드립이 코믹한 장면을 살린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날 방송된 7화에서 강성재가 박재영(윤경호) 행보관에게 햄버거 시식을 강권하는 장면도 마찬가지. 박지훈은 “대본에는 햄버거를 한 두 번 정도 권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윤경호 선배님과 리허설을 해본 결과 강성재가 행보관을 여러 번 찾아가 ‘제발 한번 드셔주십시오’라고 해야 극의 감정선이 살 것 같아 그렇게 바꿨다”고 했다. 요리 서바이벌 ‘흑백요리사’의 심사위원처럼 눈을 검은 천으로 가리고 시식하는 장면도 윤경호의 즉석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드라마에서 B급 개그 코드로 제일 화제가 된 건 2화에서 강성재가 미역줄기를 온 몸에 감은 그리스 신으로 등장한 장면이다. 백춘익 대대장(정웅인)이 예고 없이 강림소초를 방문했다가 강성재가 만든 성게알 미역국을 먹고 받은 감동을, ‘미역의 신’ 강성재가 명화 ‘천지창조’처럼 손가락을 뻗는 코믹한 모습으로 표현했다. 박지훈은 “(촬영 당시) 미역줄기 의상이 너무 깊게 파여서 몸이 다 드러나 곤혹스러웠다. 와이어를 타고 내려오는 건 (아이돌 활동을 하며) 많이 해봤기 때문에 순조로웠다”고 했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 7화 속 한 장면. 김관철 상병(강하경)의 추억 회상 장면에 강성재(박지훈)가 김 상병의 할머니 모습으로 나타난다. [사진 tvN 유튜브]
연기하기 어려운 장면도 있었다. ‘악마 상병’으로 이름난 김관철 상병(강하경)이 강성재가 만든 추억의 햄버거 맛을 보고 할머니를 떠올리는 에피소드다. 김 상병의 추억 회상 장면에는 할머니 분장을 한 강성재가 나타나 음식과 함께 따듯한 말을 건넨다. 박지훈은 “김관철 장병의 서사가 담긴 감정신인데 제가 할머니 분장을 해서 나온다는 게 죄송했고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자칫 감정이 깨질까 싶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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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 상태로 작품에 몰입하는 게 연기 비법”
2017년 아이돌 ‘워너원’으로 데뷔한 박지훈은 2019년 JTBC 드라마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을 시작으로 8년째 배우 활동을 하고 있다. 2022년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 영웅 Class1’부터는 극을 끌고 나가는 굵직한 주연을 도맡아 왔다. 올해 1600만명이 본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선 눈빛 연기만으로 단종의 슬픔을 표현해 단종 신드롬도 일으켰다.
박지훈은 “대본을 많이 읽으면서 캐릭터의 분위기나 정서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대사를 암기하고 나면 현장에서 상대 배우와의 호흡을 맞추는 데 몰입하는 편”이라고 했다. “주입식 교육으로 진행되는 연기 공부는 맞지 않아, 하얀 백지상태로 현장 분위기를 흡수한다”는 설명이다. 눈빛 연기에도 특별한 비법은 없다고 했다. 그는 “신에 따라 강한 눈빛이 필요할 때는 좀 더 눈빛에 신경을 쓰지만, 보통은 작품에 몰입해서 현장에서 (감독이 지시) 해 주시는 그대로 (감정을) 받아서 보여 드리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박지훈)의 유배 생활과 마지막 순간을 그린 작품이다. 사진 쇼박스
그는 내년에 입대를 할 계획이다. ‘해병 수색대’를 지원하려는 의지도 변함없다고 한다. 박지훈은 “헬기 강하훈련, 건물 침투 훈련 같은 걸 받아보고 싶다”며 “검은 바다를 무서워하는데 그걸 극복해보고 싶어 해병대를 지원하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천만 배우’에 등극했지만 달라진 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지훈은 “주어진 제 임무들을 열심히 잘 해내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거라 생각한다”며 “들떠 있는 제 모습을 정말 싫어하기 때문에 ‘들뜨지 말자’는 좌우명을 늘 새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