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수 국민의힘 경남지사 후보가 4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있는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정되자, 꽃목걸이를 목에 건 채 화이팅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안대훈 기자
“이번 선거 결과는 지난 4년 도정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앞으로의 4년도 변함없이 도정을 잘 이끌어달라는 도민의 뜻이 담겼다고 생각한다.”
현직 도지사인 박완수(70) 국민의힘 후보가 6·3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 재선에 성공했다. 전국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우세한 개표 결과를 보인 가운데 국민의힘이 현직 광역단체장인 부·울·경 지역에서 유일하게 수성했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9시15분 기준 개표 결과(개표율 97.57%), 박 당선인이 득표율 51.46%를 얻어 48.53%인 김경수(58)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2.93%포인트 차이로 제치고 당선을 확정 지었다. 밤샘 개표 과정에서 한 차례 김 후보가 앞섰던 경우를 제외하면 박 당선인이 줄곧 선두를 유지했다. 하지만 양측 득표차가 1만~5만표에 머물면서 개표 막판까지 당락 여부를 알기 어려웠다.
게다가 전날(8일) 방송 3사 출고 조사에서 8%포인트 넘는 격차로 김 후보의 우세가 예측, 박 당선인은 오후 10시쯤 낙선 인사글을 작성해 캠프 수석대변인에게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박 당선인은 “출구조사를 보고 이 또한 도민의 뜻이면 수용해야 한다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었다”며 소회를 전했다.
박완수 국민의힘 경남지사 후보. 연합뉴스
이어 박 당선인은 “도민의 지지와 성원에 보답하는 길은 마지막 열정을 다해서 우리 경남을 크게 발전시키는 것”이라며 “절대 초심을 잃지 않고 임기가 끝날 때까지 도민과 경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번 경남지사 선거는 초반부터 막판까지 초박빙 접전이었다. 다수의 여론조사 결과가 오차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원래 경남은 1995년 민선 1기부터 2022년 민선 8기까지 경남도정을 이끈 도지사 6명 중 4명이 보수 정당 소속이었을 정도로, 보수 성향이 짙은 지역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이른바 ‘이풍(이재명 바람)’이 강하게 불어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해 대선 이후 불과 1년 만에 치른 선거인데다 이 대통령이 올해에만 4차례 경남을 찾아서다.
하지만 막판 보수층도 결집했다. ‘정권 견제론’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달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남을 찾아 보수 결집에 힘을 보태면서 현 정부의 외풍을 저지했단 분석이다. 박 당선인도 이번 선거에서 “지방정부만큼은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경남 진주 대안동 진주중앙시장을 찾아 박완수 국민의힘 경남지사 후보, 한경호 진주시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여기에 더해 ‘일 잘하는 도지사’로 지칭되는 박 당선인의 행정 전문가 면모도 한몫 했다는 평가다. 민선 8기 경남도정을 이끌 때 중앙정치 현안과 일정 거리를 두고 지역 현안에 집중,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해서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도 우주항공청 개청, 지역내총생산(GRDP) 비수도권 1위, 무역수지 42개월 연속 흑자에 이어 40·50대 직장인의 향후 연금 공백기에 대비한 전국 최초 경남도민연금 도입 등 도정 성과를 전면에 내세웠다.
전직 지사였던 김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박 당선인의 ‘안정론’도 부각됐다. 박 당선인은 ‘사법 리스크’, ‘대권 도전’ 등 중도 하차 가능성이 없는 “흔들림 없는 경남도정”을 강조했다. 지난 2일 마지막 선거 유세 현장에서도 박 당선인은 “경남에서 태어나 경남에서 일했고 경남만 바라보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경남 발전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박완수 국민의힘 경남지사 후보가 지난달 22일 경남 창원시 소답시장에서 시민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박완수 후보 캠프
민선 8기 때 경남 산업·경제 발전에 집중했던 박 당선인은 민선 9기 땐 도민 개개인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복지 정책에 힘쓸 전망이다. 1호 공약인 ‘경남도민 멤버십 카드’ 도입이 대표적이다. 이는 주차장·미술관·체육관 등 공공시설 이용 할인과 극장·마트·병원·통신요금 할인은 물론 경남도가 시행 중인 대중교통비 환급 지원 제도인 ‘경남패스’ 등 도 복지 시책을 단 하나의 카드로 해결했다는 구상이다.
또 복지 정책 체감도가 낮았던 40·50대 여성의 자궁경부암 등 부인 관련 암 예방을 위해 HPV(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 무료 접종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소득 격차에 따른 경남 청년의 수도권 유출을 줄이려, 청년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경남 청년연금’도 추진한다.
박 당선인은 “정치인 도지사들이 중도 사퇴 또는 중앙 정치권 진출 등으로 (그간 경남도정이)많이 흐트러져 있었는데, 지난 4년간 제가 도민들에게 약속했듯이, 중도 사퇴 없이 도정을 열정적으로 이끌었고, 앞으로 우리 경남을 최고의 지방자치단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김경수 후보가 제시한 좋은 정책들도 도정에 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경남 통영 출신으로,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창원시장 3선(옛 창원시장 재선, 초대 통합창원시장), 국회의원 재선,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김 후보는 낙선 인사를 통해 “모두 저의 부족함 탓”이라며 “경쟁했던 박완수 후보의 당선을 축하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부·울·경이 힘을 모아 지방 주도 성장을 앞장서서 이끌어 나가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