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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변수’ 이스라엘·레바논 휴전…트럼프 “주말 종전 합의 가능”

중앙일보

2026.06.03 21:48 2026.06.04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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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쟁 종결의 막판 변수로 떠올랐던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무력 분쟁과 관련, 3일(현지시간) 양측이 미국의 중재 하에 일단 휴전 이행에 전격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다며 이번 주말 양해각서(MOU) 체결 가능성을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이란 전쟁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이란 전쟁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이란과의)협상 자체는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며 “그것(합의)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성사된다면 주말 중에라도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론적으로 그들이 문서에 서명하는 데 상당히 가까워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건 이날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휴전 이행에 합의하면서 종전 합의를 앞둔 막판 변수를 일단 제거한 것과 관련이 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워싱턴에서 미국의 중재 하에 진행한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양국이 휴전 이행 조치에 합의했다”며 “이번 조치는 포괄적인 평화·안보 협정을 향한 진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3일(현지시간) 미국의 중재로 진행한 회담에서 적대 행위 종식을 위한 휴전 이행에 합의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3일(현지시간) 미국의 중재로 진행한 회담에서 적대 행위 종식을 위한 휴전 이행에 합의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공동성명엔 “모든 국가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미래 관계가 두 주권 정부에 의해 결정돼야 함을 재확인했다”는 내용과 함께 “양측은 그 어떤 국가나 비국가 행위자가 레바논의 미래를 볼모로 잡으려는 시도도 거부한다”는 문구를 담았다. 이란 정권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내 친(親)이란 무장 세력 헤즈볼라의 활동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 양측은 또 레바논 정부군이 ‘비국가 행위자’를 배제하고 독점적으로 통제하는 시범 구역을 조성하기로 했다. 헤즈볼라가 개입할 수 없는 구역을 조성해 레바논 정부가 해당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한다는 취지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레바논 군대를 지원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의 또 다른 핵심 변수인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서도 “이란이 핵무기 개발은 물론 구매도 하지 않겠다는 데 동의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란 내 고농축 우라늄(HEU) 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아주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확보할 것”이라며 “현시점 기준으로 우리가 그들(이란)과 함께 들어가서 그것을 확보하고 파괴하기로 합의됐다”고 했다.

다만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긴장감도 일부 감지된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4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새로운 휴전 합의가 성사됐지만 당분간 레바논에서 군대를 철수하지 않고 군사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츠 장관은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공격으로부터 북부 국경지대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레바논 남부에 설정한 이른바 ‘완충지대’에 계속 주둔할 것”이라며 “지난 3월 전투가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군의 작전으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수십 만 명의 레바논 남부 주민들의 귀환도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정예조직인 쿠드스군의 에스마일 가니 사령관은 같은 날 성명을 내 “레바논 저항전선(헤즈볼라)의 최소 요구 조건은 찬탈자 정권(이스라엘)이 ‘40일 전쟁’이 시작되기 전 지점으로 후퇴하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철수를 요구했다.

헤즈볼라도 휴전 합의를 거부했다. 헤즈볼라 수장인 나임 카셈 사무총장은 이날 자체 방송인 알 마나르 TV를 통해 발표된 성명에서 “헤즈볼라 무장대원들을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하도록 한 합의안의 요구는 항복과 패배, 그리고 적의 목표 달성을 의미할 뿐”이라며 “파렴치한 짓”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 엥겔라브 광장에서 한 이란 시민이 이란 국기를 들고 있다. 이란 지도부는 3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재개할 경우 더 많은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AFP=연합뉴스

이란의 수도 테헤란 엥겔라브 광장에서 한 이란 시민이 이란 국기를 들고 있다. 이란 지도부는 3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재개할 경우 더 많은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AFP=연합뉴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처럼 이란과 이견을 보여온 핵심 이견에 대한 조율이 사실상 마무리된 게 사실이라면 이란과의 종전합의가 극적으로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이 쿠웨이트 국제공항을 드론으로 공격해 최소 1명이 숨진 상황에 대해서도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며 “미국도 최근 이란에 상당한 군사적 타격을 가했고, 그들은 맞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곳의 휴전은 세계 다른 지역에서의 휴전과는 다르다”며 이란과의 휴전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무력 행위를 휴전 파기가 아니라고 사실상 감싸면서 협상의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복수의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군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란과의 전면전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참모들에게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란 타스님뉴스와 현지 국영방송은 4일 보도에서 “이란 드론에 공격당했다며 공개된 쿠웨이트 공항 사진은 조작됐다”며 이란 공격설을 부인했다. 혁명수비대 우주항공군이 쿠웨이트 내 미군 표적을 향해 드론을 발사한 시각은 자정이었는데, 피격의 증거로 공개된 영상 속 시간대는 대낮이기에 사실 관계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협상을 서두르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현실적인 정치적 지형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란 전쟁의 장기화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가운데 이날 연방 하원은 의회의 승인 없이 이란과 전쟁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제한하기 위한 민주당 주도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공화당에서 4명의 ‘반란표’가 나오면서 결의안은 찬성 215표, 반대 208표로 본회의를 넘었다.

해당 결의안엔 ‘임박한 공격’으로부터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 국가를 방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회의 승인 없이 이란에 대한 적대 행위에 참여 중인 미군을 철수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의안이 하원의 본회의 문턱을 넘은 건 4번째 시도만이다. 공화당 지도부는 당내 이탈표를 감지하고 지난달 21일 결의안 표결을 연기했지만 선거를 앞둔 부정적 여론에 민감해진 당내 이탈표를 막지 못했다.

하원을 통과한 결의안은 곧 상원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상원에선 이미 유사한 내용의 결의안이 8번째 시도 만에 본회의에 상정된 상태다. 물론 결의안이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그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의 견제를 무시하고 강행하는 전쟁에 대한 정치적 책임과 이에 따른 여론 악화를 감수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표결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실질적인 제약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면서도 “공화당 의원들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균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비애국적인 짓”이라며 “그들은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8억 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의 ‘사법 피해자 기금’이 공화당 내 반발에 직면하자 기금 조성 계획을 백지화하기도 했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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