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필리핀이 해상경계 획정 협상을 시작한다고 밝히자 중국 다이산 해경선이 대만 동쪽 해역을 순찰했다. CC-TV 캡처
대만 동부 해역의 관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대만·일본·필리핀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일본과 필리핀이 정상회담 직후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등에 대한 협상을 시작한다고 발표하자, 중국 해양경찰선 함대가 1일 이를 빌미로 사상 처음 단독 법 집행에 나서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달 26~29일 일본을 국빈방문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유엔해양법협약(UNCLOS) 관련 조항 및 국제 판례에 따라 양국 간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의 경계를 확정하기 위한 공식 협상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공동성명을 통해 밝혔다. EEZ는 영해 기선으로부터 200해리(370.4㎞) 뻗어있는 해역을 말한다. 일본과 필리핀의 협상 범위는 일본의 야에야마(八重山)군 남쪽에서 필리핀의 바타네스 제도 북쪽으로 대만 동부 해역과 겹친다.
그러자 중국이 나섰다. 장뤠(姜略) 중국 해경 대변인은 지난 1일 “해경 다이산(岱山)함 편대가 이날 대만 동부해역에서 법 집행 순찰을 시행했다”며 “이는 일본과 필리핀의 해상 경계 협상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중국 중앙방송(CC-TV)가 운영하는 SNS 계정 위위안탄톈이 2일 중국 해양경찰 함정이 대만 주변 해역에서 전방위 순찰활동에 나섰다며 공개한 지도. CC-TV 캡처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 소셜미디어인 위위안탄톈은 2일 중국 해경의 대만 동해 순찰의 의미를 세 가지로 짚었다. 첫째, 해경 단독 작전이다. 해경은 지난 2년간 ‘연합 리젠(利劍)-2024A’, ‘해협 천둥과 벼락(雷霆·레이팅)-2025A’ 등 합동 훈련 기간 대만 주변을 순찰했지만 모두 군과 합동훈련이었다.
둘째, 훈련이 아닌 실제 법 집행이다. 셋째, 대만 동쪽 해역까지 중국의 관할권 집행 능력을 확대했다. 장쥔서(張軍社) 군사전문가는 “이번 작전은 중국이 해양환경, 수질과 기상, 항로를 모두 파악했음을 증명했다”며 “장기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외교 당국도 개입했다. 마오닝(毛寧)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일 “대만 동쪽 해역 획정에는 중국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며 “일본과 필리핀이 중국을 배제하고 협상을 시작한 것은 중국의 해양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반발했다. 주펑롄(朱鳳蓮)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도 “양안(중국과 대만)은 민족적 대의를 견지해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함께 수호해야 한다”며 대만을 압박했다.
대만 내부에선 혼선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일본과 필리핀의 협상을 긍정한다고 밝혔던 대만 외교부는 여야 입법위원의 거센 비판이 이어지자 3일 “대만의 권리와 이익을 배제하거나 손상해서는 안 된다”며 입장을 바꿨다.
제중(揭仲) 대만 단장대 교수는 “중국 해경선의 대만 동쪽 해역 진입은 대만에 대한 법률전”이라며 “관할권 주장의 선례를 축적하려는 행위로, 향후 진입 빈도가 더욱 잦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위안탄톈은 “중국 해경의 일상적인 전개는 모두 법에 따라 적절하게 추진해 새롭고 더 안정적인 관리 통제 상태를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 도시 바이든 전 행정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 담당은 지난 4월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자 중국 역시 해경의 법 집행을 내세워 대만해협에 대한 격리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