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군 사망자 발생 전엔 전면전 없다”…이란과 충돌 관리 기조 유지
중앙일보
2026.06.04 00:44
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링컨 메모리얼 리플렉팅 풀 공사 완공을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군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란과의 전면전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참모들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지만, 대규모 확전은 피하면서 상황을 관리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복수의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에게 "이란의 공격으로 미군이 사망할 경우 휴전 종료를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군 사망을 전면전 재개의 사실상 기준선으로 제시한 것으로, 그 이하 수준의 군사 충돌은 일정 부분 감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어진 양국 간 충돌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주간 유지돼 온 공습 중단 기조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중한 태도는 중동 지역에서 더 큰 분쟁을 피하기 위해 수주 또는 수개월 동안의 제한적 충돌 정도는 용인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과 이란은 지난 4월 초 휴전 발효 이후에도 간헐적인 무력 충돌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이란이 역내 미군 기지와 쿠웨이트 국제공항 등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하면서 긴장이 다시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역시 대응 공격에 나섰지만, 전면전 확대보다는 방어적 차원의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하원 청문회에서 "이란의 행동에 대한 대응"이라며 "그들이 선박을 향해 발포하지 않으면 우리도 발포하지 않지만, 필요한 대응은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은 여전히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미국은 휴전을 60일 연장하고 그 기간 동안 이란 비핵화 협상을 본격화하는 내용의 종전 양해각서(MOU)를 추진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 측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란의 선제적 양보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란은 미국의 동결 자산 해제와 경제적 보상이 먼저 이뤄져야 핵 프로그램 협상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 종전 합의를 통해 외교적 성과를 도출할지, 아니면 대이란 압박을 장기화할지를 두고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스티븐 쿡 선임연구위원은 "이란은 상당한 고통을 감수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아직 굴복하지 않았다"며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도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잰 멀로니 부소장 역시 "이란 전쟁은 강경한 접근과 고위험 전략을 선호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처음으로 맞닥뜨린 중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재홍([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