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톈안먼 진실은 지워지지 않는다”…中 “내정간섭” 강력 반발
중앙일보
2026.06.04 01:31
2026.06.04 18:18
3일 미국 상원 세출위원회 외교소위원회에서 증언하는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EPA=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1989년 톈안먼(천안문)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 사건을 둘러싸고 다시 정면으로 충돌했다. 미국은 사건 37주년을 맞아 중국공산당의 책임을 거론하며 인권 문제를 제기했고, 중국은 이를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세계는 중국공산당이 톈안먼광장과 그 주변에 있던 평화 시위대를 공격하도록 군에 명령한 지 37주년이 되는 날을 기억한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당시 희생된 학생과 노동자, 시민들이 민주적 개혁과 부패 척결, 기본적 권리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 모였다고 평가하며 "우리는 그들의 삶을 기억하고 유산을 기린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검열을 하더라도 과거를 지울 수는 없다"며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 집회의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희생한 이들의 정당성은 언젠가 입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성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무역 갈등 완화에 합의한 지 3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나와 주목받고 있다.
양국이 최근 무역 분야에서는 긴장 완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에서는 여전히 입장 차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루비오 장관의 성명이 매년 반복되는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중국 반체제 인사와 민주화 운동 지지자들에게는 상징적 의미가 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발언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중국의 정치 제도와 발전 경로를 비방했으며 중국 내정에 간섭한 것"이라며 강한 불만과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마오 대변인은 "1980년대 말 발생한 정치적 풍파에 대해 중국 정부는 이미 명확한 결론을 내렸다"며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길은 역사와 인민의 선택이며 국제사회에서도 충분한 인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명분으로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이데올로기 대결 조장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에서는 1989년 6월 4일 발생한 톈안먼 사건이 여전히 대표적인 정치적 금기 주제로 남아 있다. 관련 정보는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으며 인터넷 검열도 지속되고 있다.
과거 대규모 추모 행사가 열렸던 홍콩에서도 최근 수년간 당국의 제한 조치로 공개 추모 집회가 사실상 사라졌다.
이에 따라 톈안먼 희생자 추모 행사는 런던과 뉴욕, 베를린, 타이베이 등 해외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미국 워싱턴DC에서도 기념 성명 발표와 청문회, 기자회견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정재홍([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