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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명장들이 본 제조 AI…“사람 대체 아니라 보조와 확산 역할”

중앙일보

2026.06.04 02:03 2026.06.04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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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현대차 국가품질명장이 현장에서 작업하는 모습.

김승국 현대차 국가품질명장이 현장에서 작업하는 모습.


“현장의 오류를 찾아내는 감각적 기술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암묵지(暗默知) 축적은 시급한 과제다.”(김동선 기아 책임엔지니어)

“인공지능(AI)은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제조업 현장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피할 수 없는 흐름인 만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대응해야 한다.” (김승국 현대차 국가품질명장)

4일 중앙일보와 만난 국내 자동차 업계의 두 현장 전문가는 AI를 활용한 암묵지 보존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암묵지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체화된 경험 지식을 뜻한다.

37년간 기아 차체공정에서 일해온 김동선 책임엔지니어는 “자동차 차체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굴곡은 눈이나 데이터만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고숙련자가 손으로 만져 찾아내는 경우가 많다”며 “오랜 경험이 필요한 기술이지만, 이를 매뉴얼화하거나 제도화하려는 노력은 부족하고 오랜 시간 배워 익히려는 사람도 줄면서 현장의 기술 소실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독일은 마이스터 제도, 일본은 모노즈쿠리 철학 등 장인 정신을 강조하는 정책을 통해 숙련공의 경험을 제조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관리해 왔다. 이들 제조 강국은 고숙련 기술을 개인의 경험에만 맡기지 않고, 제도와 교육 체계를 통해 축적하고 전승해왔다. 반면 한국은 이 같은 기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숙련 기술 전승 제도로는 명장 제도가 있지만, 현장으로 유입되는 젊은 인력이 줄면서 명장의 고령화가 심각하다. 실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신규 선정된 명장의 평균 연령은 58.3세였고, 지난해에도 53.4세를 기록했다.

문제는 사라지는 숙련 기술이 단순한 작업 노하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숙련자의 경험은 품질 안정은 물론 협력사 관리, 돌발 상황 대응, 신입 인력 양성까지 연결되는 제조 현장의 핵심 자산이다.


김승국 명장은 “자동차는 수많은 공정과 협력사가 함께 만드는 산업”이라며 “명장의 판단을 AI가 보조하고 다음 세대가 더 빨리 배울 수 있다면, 이는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혁신 생태계 전체를 지키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축적된 경험을 기록·검증하고 다음 세대가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형 제조명장 전수체계’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AI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현장의 불안도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명장들은 이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환의 방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람을 비용으로 보고 대체하는 전환인지, 사람의 경험을 산업의 자산으로 인정하고 확장하는 전환인지에 따라 현장의 수용도와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승국 명장은 “AI는 과거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지만 돌발 상황에서 책임 있는 판단을 내리고 공정 전반을 조율하는 역할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며 “사람이 최종 책임 판단자라는 원칙을 분명히 한다면 제조암묵지 AI는 이 역할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반으로 확장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선 책임엔지니어는 “AI에 대한 두려움은 노사 간 대화가 부족하고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며 “현장 전문가들이 보유한 데이터의 가치를 인정하고, AI 고도화로 의사결정이 빨라지고 생산성이 높아졌을 때 노동자에게 어떤 보상이 돌아갈지를 함께 논의한다면 차이를 분명히 좁혀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연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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