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오류를 찾아내는 감각적 기술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암묵지(暗默知) 축적은 시급한 과제다.”(김동선 기아 책임엔지니어)
“인공지능(AI)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인 만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대응해야 한다.”(김승국 현대차 국가품질명장)
4일 중앙일보와 만난 국내 자동차 업계의 현장 전문가는 AI를 활용한 암묵지 보존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암묵지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체화된 경험 지식을 뜻한다.
37년간 기아 차체공정에서 일해온 김동선 책임엔지니어는 “자동차 차체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굴곡은 눈이나 데이터만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고숙련자가 손으로 만져 찾아내는 경우가 많다”며 “오랜 경험이 필요한 기술이지만, 이를 매뉴얼화하거나 제도화하려는 노력은 부족하고 오랜 시간 배워 익히려는 사람도 줄면서 현장의 기술 소실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독일은 마이스터 제도, 일본은 모노즈쿠리 철학 등 장인 정신을 강조하는 정책을 통해 숙련공의 경험을 제조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관리해 왔다. 한국은 이 같은 기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숙련 기술 전승 제도로는 명장 제도가 있지만, 명장의 고령화가 심해졌다. 현장으로 유입되는 젊은 인력이 줄면서다. 실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신규 선정된 명장의 평균 연령은 58.3세였고, 지난해에도 53.4세를 기록했다.
김승국 명장은 “명장의 판단을 AI가 보조하고 다음 세대가 더 빨리 배울 수 있다면, 이는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혁신 생태계 전체를 지키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축적된 경험을 기록·검증하고 다음 세대가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형 제조명장 전수체계’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이어 김승국 명장은 “AI는 과거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지만 돌발 상황에서 책임 있는 판단을 내리고 공정 전반을 조율하는 역할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며 “사람이 최종 책임 판단자라는 원칙을 분명히 한다면 제조암묵지 AI는 이 역할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반으로 확장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