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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의 시선] 전 국민 무료 AI, 지속 가능한가

중앙일보

2026.06.04 08:14 2026.06.0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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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 논설위원

김원배 논설위원

지난달 20일 국무회의 영상 중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었다. 전 국민 AI 무료 제공 사업인 ‘모두의 AI’와 관련된 대화였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AI 기본사회’ 구상의 일환이다. 이날 이 대통령이 진척 상황을 묻자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올해 11~12월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배 부총리는 “2028년까지는 확실히 무료로 제공하고, 그 이후는 기업이 주도해서 서비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그 이후에 돈을 내라면 안 쓰지 않겠나. 모두 똑같이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최저선은 모든 국민에게 허용하고, 업그레이드 기능은 유료로 쓰라고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기업인 출신인 배 부총리에게 “경훈님은 지금 공무원입니다”라며 “효율성과 공정성을 잘 조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말 에이전트 서비스 계획
비용 많이 들고 성능도 불투명
지원하되 간섭 않는 원칙 지켜야

배 부총리의 말은 정부가 초기 수요를 만들되, 이후엔 민간 기업이 서비스를 주도한다는 산업정책적 관점에 가깝다. 반면 이 대통령은 국민에게 최소한의 AI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기본사회의 관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의 말대로 국민의 AI 접근권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계획이 너무 앞서가는 측면이 있다. 배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말 시작하는 모두의 AI 서비스 계획을 밝혔다. 챗GPT나 제미나이처럼 문답을 하는 챗봇은 물론이고, 비서처럼 일하는 AI 에이전트에 노년층과 소외계층을 위한 특화 서비스도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따져 봐야 할 문제가 있다. 먼저 비용이다. 무료 이용자가 많아진다고 해서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이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시대에는 이용자 데이터가 맞춤형 광고의 기반이 됐고, 빅 테크가 상당한 광고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생성형 AI 시대에는 이 공식이 그대로 통하지 않는다. 일상적 사용 데이터가 서비스 개선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막대한 추론 비용을 상쇄할 수익모델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요청을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며, 여러 단계를 반복 처리해야 한다. 챗봇보다 비용 예측이 어렵고 운영 부담도 크다.

성능과 책임 문제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모두의 AI가 전 국민 서비스가 되려면 기존 상용 AI 서비스에 익숙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기본 답변 품질부터 확보해야 한다. 아직 서비스의 품질과 운영 안정성이 공개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에이전트 기능까지 약속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AI 에이전트가 공공서비스와 연결될 경우 잘못된 정보나 부정확한 안내가 행정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전 국민 무료 서비스를 내세울수록 이용자는 이를 공적 서비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고, 오류에 대한 책임론도 정부를 향할 수밖에 없다.

무료 서비스의 수준을 누가 정할지도 문제다. 민간 AI 서비스는 무료 사용량과 유료 기능의 경계를 업체가 스스로 정한다. 그러나 모두의 AI는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 전 국민 무료 제공을 추진하는 구조다. 선정된 기업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무료 사용량이나 기능을 제한하면 불만은 정부로 향할 것이다. 반대로 정부가 이용자 불만을 줄이기 위해 무료 한도와 기능 수준을 요구하면, 민간의 서비스 설계와 가격 전략에 개입하게 된다.

정부는 여러 AI 서비스가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 이후에는 과도한 개입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2028년 이후에도 무료 서비스를 사실상 강제하다 보면 시장 왜곡을 부를 수 있다. 자칫 모두의 AI가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는 서비스가 되어 혁신과 경쟁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 예산은 예산대로 쓰고 AI 경쟁에선 뒤처질 우려가 있다.

AI 접근권 확대가 필요하다면 방식은 달라야 한다. 정부가 범용 AI 서비스를 직접 떠안기보다, 시장에서 검증된 AI 서비스를 국민이 일정 수준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권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취약계층과 공공서비스 영역에는 특화된 AI 지원을 제공하고, 일반 이용자는 다양한 민간 서비스 중 선택하게 하는 방식이다. 그래야 국민의 접근권도 넓히고 민간의 경쟁도 살릴 수 있다.

대한민국이 IT 강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지켜온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바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I 시대에도 이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모두의 AI가 제 기능을 하려면 무료 제공이라는 구호보다 지속 가능한 구조를 갖추는 것이 먼저다.





김원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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