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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엔 절제, 야권엔 혁신…6·3 민심이 날린 경고 [view]

중앙일보

2026.06.04 13:00 2026.06.0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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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승자인 동시에 패자로 기록됐다.

민주당은 16개 시·도 가운데 12곳을 석권해 외견상 화려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상징성이 남다른 서울시장과 당 차원에서 공을 들였던 대구·경남을 비롯해 경북까지 4곳에서 패해 내용 면에선 상처가 컸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4일 기자회견에서 “전국적으로 민주당에 큰 승리를 안겨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면서도 “서울을 탈환하지 못해 아프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4년 전에 비해 시·도지사가 12명에서 4명으로 급감하며 크게 패했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극적으로 승리하며 예상 밖 선전을 했다는 평가다. 특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선 원래 민주당이 가졌던 3곳(울산 남갑, 경기 평택을, 충남 공주-부여-청양)을 추가로 확보했다. 하지만 영남 거점인 부산·울산시장 선거에서 패했고, 대구시장 선거는 막판까지도 심장을 졸이며 그간 누려온 영남 기득권이 도전받게 됐다.

윤왕희 한국학중앙연구원(정치학) 교수는 “민심이 명확하고 절묘하게 여야 모두에게 경고했다”며 “집권 여당을 향해선 오만에 대한 절제를, 비상계엄 이후 갈피를 못잡는 보수 야권을 향해선 정상 상태로의 혁신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이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던 중 눈을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이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던 중 눈을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여야는 큰 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그간 달려왔다. 여권은 마치 야당이 없는 것과 같은 거침없는 단독 질주를 했다. 지난 4월 “내란 청산 발걸음을 절대 멈추지 않겠다”며 지지층 결집을 통한 선거 전략을 공식화한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공소취소권을 가진 조작 기소 특검법안의 지방선거 전 입법을 추진하다 논란이 선거판을 흔들고 나서야 멈춰섰다. 이재명 대통령도 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조롱 논란에 적극 개입하며 “금수 같은 행태”라며 직접 비판에 나섰다. 국민의힘의 “관권 선거” 반발에도 지난달 26~27일 이 대통령이 부산·창원을 찾은 건 “견제 심리를 자극해 보수 결집의 계기가 됐다”(민주당 지도부 인사)는 평가가 나왔다.

부동산 정책 일방통행에 대한 공포는 서울시장 선거 패배의 직접적 트리거가 됐다. 이 대통령이 연초부터 X(옛 트위터)로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를 향한 압박 메시지를 낸 데 이어 범여권에서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폐지·축소 법안까지 발의한 건 서울 유권자의 위기감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장특공 논란으로 한강벨트가 너무 흔들렸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새벽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노태악 위원장과 면담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새벽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노태악 위원장과 면담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두 번째 대통령 탄핵을 겪고도 ‘윤 어게인’이라는 황당한 구호와 확실하게 선을 긋지 못한 국민의힘의 ‘장동혁 체제’도 민심의 경고를 받았다. 범보수 진영 격전지 승리의 주인공들이 국민의힘 주류와 대립각을 세워온 혁신 그룹에 속한 까닭이다. 밤새 뒤지다 막판 역전승을 거둔 오세훈 서울시장은 선거 전부터 ‘절윤 선언’과 장동혁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고, 결국 ‘장동혁 없는’ 선거 유세로 결실을 거뒀다. 지난 1월 제명 뒤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대표적인 ‘장동혁 반대파’다. 평택을 재선거에서 당선된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 역시 대표적인 수도권 ‘개혁 보수’ 인사다.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이번 선거는 보수 유권자가 당의 미래를 생각해 전략적 선택을 한 결과”라며 “전체적으로 국민의힘이 패했지만, 장 대표에게 반기를 든 인사는 거의 다 이겼다”고 했다.

양당 모두 ‘당원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절제와 혁신은 쉽지 않은 과제다. 8~9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은 이미 본격적인 세 대결이 시작됐고, 당권 주자들의 핵심 공약은 ▶‘검찰 개혁’의 마지막 관문인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한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선거 이후로 미뤘던 조작기소 특검 도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권리당원의 눈높이에 맞춰 당권 주자들이 강경 노선 경쟁을 벌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내부 노선 투쟁이 이미 시작됐다. 4일 유의동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장 대표가 거취 고민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고민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일부 의원은 단체 대화방에서 대놓고 장 대표의 사퇴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 대표는 “주어진 막중한 책임을 외면하지 않고, 당원들과 함께 우리가 나아갈 새 길을 찾겠다”며 이들의 요구를 일축했다. 노선 갈등과 더불어 한동훈 의원의 복당 찬반 논쟁도 뒤엉킬 경우 국민의힘의 갈등은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정치학회장인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당 모두 절제와 혁신을 외면하고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다가는 결국 국민과 멀어지고 외면받는 정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이번 선거의 민심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각 당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했다.



한영익.이찬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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