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명픽’(이재명의 선택)으로 불렸던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역전패를 당하는 등 출구조사와 확연히 다른 6·3 지방선거 결과에 4일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은 청와대 내부에도 종일 당혹감이 흘렀다. 여권 관계자는 “올림픽으로 치면 메달을 많이 따고도, 축구 한·일전에서 진 것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성남시장 선거를 비롯해 용인·하남·과천 등 경기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줄줄이 패배한 것도 ‘뼈아픈 대목’으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제 지방선거는 끝났다”며 “정부도 지방선거에 담긴 우리 국민들의 뜻을 겸허하게 받들어 소속 정당 여부와 관계없이 새로 선출된 지방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1년 전 취임식 때와 같이 붉은 색·푸른색이 섞인 ‘통합 넥타이’를 맨 이 대통령은 “오늘부터 국민주권정부의 2년 차 임기가 시작됐다”며 “모든 공직자들은 신발 끈을 다시 한번 단단히 묶고, 국정 속도 배가에 총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라고도 당부했다.
여권의 기대와 달랐던 지방선거 결과 탓에, 이 대통령의 임기 2년 차 구상도 한층 복잡해졌다. 당장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 결심을 굳힌 김민석 국무총리의 후임자 인선부터 고차방정식이 됐다. 최측근을 총리 후보자에 지명하면 야당과 일전을 치러야 하고, ‘관리형 총리’를 발탁하면 정부 부처에 대한 그립감이 약해질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 패배의 분위기를 끊기 위해서는 조기 인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등 후보군 사이에서 이 대통령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정 장악력을 강화하기 위한 ‘측근 총리’로는 이 대통령의 40년 지기이자 사법연수원(18기) 동기인 정 장관이 거론된다. 야권이 “레임덕이 시작됐다”며 총공세를 시작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면서도 야권서도 신망이 두터운 정 장관이 맡아야 국정 안정감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민주당의 재선 의원은 “이 대통령이 국정 2년차의 방점을 ‘속도’에 찍은 만큼, 통합 같은 상징성을 고려할 여유가 없다”며 “정 장관처럼 바로 같이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 장관 본인은 건강상 이유 등을 들어 고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정 장관 본인이 검찰개혁의 주무부처 장관이었던 탓에 국민의힘이 선거 기간 총공세를 펼친 ‘공소 취소’ 논란이 더욱 거세게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청와대엔 부담 요소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 희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뉴스1
정치권이 아닌 기업인(네이버 대표이사) 출신 한 장관은 정치적 갈등을 피하면서, 최근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중소기업·소상공인 관련 민생 정책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된다. 여야 정쟁과 거리를 두면서 국정과제에 집중하는 ‘관리형 총리’ 콘셉트다. 한 장관이 총리에 임명되면 2006~2007년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후 20년 만의 여성 총리가 된다. 하지만 지방선거 결과로 여야 긴장감이 높아진 정국 상황이 걸림돌로 거론된다. 여권의 한 친명계 관계자는 “한 장관은 지방선거 결과가 압승이었을 때나 꺼낼 수 있는 카드”라며 “지금은 조직 장악력이 있는 정치인 출신이 총리를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4월 청와대 춘추관에서 전략경제협력 대통령특사 활동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래서 절충안으로 나오는 게 강 실장의 총리 발탁설이다. 강 실장은 지난 1년간 지근거리에서 이 대통령을 보좌하며 호흡을 맞췄으나, ‘원조 친명계’는 아닌 탓에 측근 기용 논란에선 비교적 자유롭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민주당 내부에선 ‘온건파’로 분류돼, 야당 의원들과 소통도 원활한 편이다. 여권 관계자는 “강 실장 발탁은 70년대생 첫 총리라는 점에서도 역동성을 더할 수 있다”며 “다만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무총리로 직행한 사례가 노태우 정부의 노재봉 전 국무총리 이후 35년간 없었다는 게 난관”이라고 말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르면 5일 신임 총리 후보자를 지명할 수 있다는 언론 보도에 “사실무근”이라며 “총리 인선 및 발표 시점과 관련해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