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미국 워싱턴의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 밖에서 한 작업자가 평상형 트럭(플랫베드 트럭)에 장비를 싣고 있다.벽면에 트럼프로 표기된 명칭이 보인다. AP=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D.C.의 국립 공연장인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이하 케네디 센터)’가 공식 명칭과 시설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름을 삭제하는 이행 절차에 돌입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케네디 센터 법무실의 수석법률고문은 지난 4일(현지시간) 전 직원에게 내부 지침 메모를 발송하여 기관명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명령했다.
법무실은 이번 지침을 통해 소셜 미디어 계정, 이메일 서명, 편지 표지(레터헤드), 음성 사서함 메시지 등 업데이트가 필요한 모든 공식 서식과 문서의 기관명을 기존 '트럼프 케네디 센터'에서 원래 명칭인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 또는 '케네디 센터'로 즉시 수정하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아울러 대리석 외벽의 대형 간판을 비롯해 신분증, 주차 안내판, 건물 내부의 디지털·물리적 표지판과 가구 등에 새겨진 트럼프 관련 명칭도 오는 12일까지 모두 철거하거나 교체하도록 기한을 못 박았다.
이번 조치는 미 연방지법 크리스토퍼 쿠퍼 판사가 내린 판결에 따른 후속 조치다.
앞서 센터의 당연직 이사인 민주당 조이스비티 하원의원은 의회가 명명한 국가 기념관의 명칭을 이사회가 독단적으로 변경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재판부는 “의회가 부여한 명칭을 바꿀 법적 권한이 이사회에는 없다”며 백악관과 이사회에 14일 이내로 트럼프의 이름을 전면 삭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 과정에서 법무부 변호인단은 ‘트럼프 케네디 센터’라는 명칭이 공식 개명이 아닌 부차적 명칭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대통령의 이름을 원칭 앞에 붙여 기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명성을 격하시킨 명백한 개명 행위라며 이를 일축했다.
법원은 또 트럼프 지지자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추진하던 2년간의 장기 휴관 및 개보수 계획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 없이 내려진 졸속 결정이라 판단하고 전면 제동을 걸었다.
앞서 센터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건물명에 트럼프의 이름을 추가하기로 의결한 뒤, 하루 만에 외벽 명칭을 '도널드 J. 트럼프 앤드 존 F. 케네디 메모리얼 센터'로 바꾸고 웹사이트 로고 변경 및 표지판 가리기 작업 등을 신속히 진행한 바 있다.
한편, 법원 판결로 명칭이 강제 철거되는 상황을 맞이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Truth Social)를 통해 쿠퍼 판사를 "반트럼프 증오주의자"라고 거칠게 비난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