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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컴 쇼크’에 반도체 고점론 부상…코스피 5%대 추락

중앙일보

2026.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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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급락 충격이 ‘반도체 고점론’으로 번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로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상황에서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한 실적이 투매의 방아쇠가 됐다는 분석이다.

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브로드컴은 전 거래일보다 12.59% 떨어진 418.91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1월 27일(-17.4%) 이후 16개월여 만의 최대 일일 낙폭이다. 브로드컴 급락 여파로 마이크론(-7.74%), 샌디스크(-3.92%) 등 주요 반도체주도 동반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역시 2.15% 내렸다.

문제는 실적보다 높아진 기대치였다. 브로드컴은 전날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어 컨퍼런스콜에서 호크 탄 최고경영자(CEO)가 3분기 AI 반도체 매출을 160억 달러로 전망했는데, 이 역시 시장 전망치인 172만 달러에 크게 못 미쳤다. 키뱅크 캐피털 마켓의 존 빈 애널리스트는 CNBC에 “시장 기대치가 반도체 업종의 주가 상승분을 이미 따라잡았다”며 “브로드컴 주가는 몇 분기 동안 숨 고르기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투자자 사이에선 실망과 함께 반도체 랠리가 정점에 달했다는 우려가 번졌다.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투자한 돈을 실제 수익으로 회수해야 하는 시점이 오면 거품이 터진다”며 “현재 AI 주도 시장이 그런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브로드컴 쇼크' 영향과 외국인의 반도체주 위주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브로드컴 쇼크' 영향과 외국인의 반도체주 위주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국내 증시도 유탄을 맞았다. 5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5.54% 떨어진 8160.59에 마감했다. 장 초반 ‘팔자’가 몰리며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6.4%, 9.92% 급락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브로드컴의 부진한 AI 매출 전망이 미국 반도체 업종 약세를 촉발했고, 국내 반도체 업종의 차익실현 빌미를 제공했다”며 “여기에 위험자산 선호심리 위축과 스페이스X 상장으로 인한 글로벌 유동성 이탈이 겹치며 전 업종에 투매성 매도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도 심상치 않다. 외국인은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20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이 기간 순매도액만 70조원을 넘는다. 원·달러 환율이 14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이어가는 등 원화 약세가 외국인의 환차손 우려를 키운 탓으로 풀이된다. 이날도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3조5213억원 순매도했다. 기관도 9419억원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4조2229억원을 사들이며 외국인, 기관이 던진 물량을 받아냈다.

다만 증권가는 여전히 낙관론에 무게를 둔다. 한국투자증권은 전날 코스피 전망 밴드 상단을 기존 8000에서 1만1000으로 상향했다. 골드만삭스도 코스피 목표치를 9000에서 1만2000으로 높였다. 골드만삭스는 “단기적인 조정이 올 수 있지만,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는 만큼 조정은 오히려 매수 기회”라고 평가했다.



장서윤([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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