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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넘어 러·日까지 견제한다…시진핑 7년만의 방북 속셈

중앙일보

2026.06.05 00:21 2026.06.05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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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으로 8일부터 1박 2일간 북한을 방문한다. 2019년 6월 이후 7년 만의 방북이다. 조선중앙통신과 중국 신화통신은 5일 이 같은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담판 뒤 시진핑을 중심으로 북·중·러가 연쇄적으로 뭉치는 모습이 연출된 셈이다. 이는 시진핑의 이번 방북이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반미 3각 연대’를 구체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분위기지만, 자칫 한·미·일 대 북·중·러 간 ‘신냉전 구도’가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정부는 북·중 간 교류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길 희망하며 중국이 한반도 문제 관련 건설적 역할을 해나가길 기대한다”면서 “우리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 측과 외교채널을 통해 긴밀히 소통 중”이라는 입장을 냈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전날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정황이 있으며 시진핑의 방북 가능성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남해(中南海) 순일재(純一齋)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달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남해(中南海) 순일재(純一齋)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외교가에선 앞서 중국이 지난달 14~15일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건설적인 전략적 안정관계’를 설정하는 데 주력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사실상 시진핑이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중국은 전통적인 우방국과의 관계를 안정시키고 진영을 결속해 자신이 ‘북·중·러 3각 연대의 맹주’라는 점을 과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시진핑이 트럼프와의 회담 후 닷새 만인 지난달 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군사 공격한 것은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위반한다는 데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면서 미국을 겨냥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중·러 정상의 공동성명엔 “개별 국가가 패권주의를 신봉하면서 신식민주의적 사고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라는 표현도 담겼다.

같은 맥락에서 시진핑이 이번 방북에서 북한을 자신들의 영향권 내에 묶어두는 데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이번 회담이 지난해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 망루에서 북·중·러 3각 연대를 과시한 것의 연장선 상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3일 중국 천안문 망루에 '북ㆍ중ㆍ러' 3국 정상이 나란히 섰다.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 노동신문=뉴스1

지난해 9월 3일 중국 천안문 망루에 '북ㆍ중ㆍ러' 3국 정상이 나란히 섰다.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 노동신문=뉴스1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을 향해 자신이 북·중·러의 맹주라는 점을 과시하는 메시지를 발신하려 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북한과 급격히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와 최근 재무장화를 추진하는 일본까지 견제하려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북핵 문제는 명시적인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원하는 북한과 달리 국제사회에서 ‘책임 대국’ 이미지를 추구해 온 중국은 이를 공개적으로 받아주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북·중 회담에서 북핵을 용인하는 수준까지는 아닐지라도 중국이 의례적으로 강조해온 비핵화와 관련한 발언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일종의 ‘그레이존’(회색지대) 전술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에 자신의 존재감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을 선택할 것이란 얘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차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차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다만 경제 문제는 북한과 중국 양측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있다. 북한은 김정은이 올해 초 9차 당대회에서 강조한 ‘국가 발전’의 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원을 중국을 통해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으로서도 시진핑의 관심 사안인 동북지역 개발과 동해 해상 물류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두만강을 통한 동해 진출권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 동해 출해권 확보 문제는 경제·무역뿐만 아니라 군사·외교적으로도 우선순위에 있는 숙원사업”이라면서 “그 어느 때보다 동해 출해와 관련한 북·중·러 삼각협력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시진핑은 이를 적극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짚었다.

북·중 관계에 밝은 한 소식통도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나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중국 측의 전향적인 입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대북 제제를 우회할 수 있는 관광 분야를 비롯한 경제 분야에서 접점을 찾는 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교.윤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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