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5일 잠실7동 투표함 개표가 진행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찾아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3 지방선거 이후 당과 국회의 공식 행사에 잇따라 불참하고 있다. 반면 장 대표의 ‘정적’인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5일 국회에 첫 등원하며 두 사람 간 정치적 행보가 묘하게 엇갈렸다.
장 대표는 이날 오후 진행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 3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김태규·유의동·윤용근·이진숙 의원을 소개하고, 임기 1년을 마친 송언석 원내대표가 소회를 밝히는 자리였다. 장 대표는 의총 직후 22대 국회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하기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에도 불참했다.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제436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 대표는 전날 의총 역시 건강을 이유로 나타나지 않았다. 여권에 광역단체장 12곳을 내준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처음 열리는 의총이었던 만큼 장 대표 진퇴를 둘러싼 격론이 예상된 자리였다. 장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원들과 함께 우리가 나아갈 새 길을 찾겠다”며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 대표가 밤낮 선거 운동에 매진하느라 몸에 병이 난 상태”라며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랬던 장 대표의 칩거를 깬 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였다. 그는 이날 오전 긴급 일정을 공지한 뒤 서울 송파구 잠실 7동 투표함 개표가 진행된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찾았다. 개표를 위해 투표함 2개가 강제 반출되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 대표가 부실 선거 사태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며 지지층 결집을 통해 거취 문제를 정면 돌파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장 대표를 겨냥한 사퇴 요구는 분출하고 있다. 친한동훈계인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다음 지도부를 위해서 장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 재평가를 받고 싶으면 (전당대회에) 재출마하면 된다”며 “대표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고 했다. 지도부 인사 중 첫 공개 사퇴 주장이다. 선거 뒤 이날 처음 등원한 유의동 의원도 MBC 라디오에서 “(사퇴를) 피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인이 연 토론회 '6·3 지방선거 평가와 고찰 - 보수,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되찾을 것인가'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5선의 윤상현 의원은 이날 ‘6·3 지방선거 평가와 고찰 - 보수,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되찾을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장 대표의 거취 문제를 포함해 당이 쇄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행사에선 “혁신하지 않으면 쪽박을 찰 것”(고동진 의원), “극단적 상황을 만들어야 (지도부가) 정신을 차리지 않겠느냐”(엄태영 의원) 등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반면 부산 북갑 보궐선거 때 국민의힘 후보였던 박민식 전 의원이 아닌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도운 친한계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옛 친윤계 핵심이었던 이철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다른 경쟁 후보를 돕는 행위를 당원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며 “당 차원의 상응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한 의원을 지지했던 친한계에 대해 징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거취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장 대표가 결심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장 대표를 물러나게 할 방법은 없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는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사퇴할 경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현재 선출직 최고위원은 장 대표 최측근인 김민수 최고위원과 신동욱·김재원·양향자 최고위원, 친한계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이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김민수·신동욱·양향자 최고위원은 현재까지 사퇴할 의사가 없는 상황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당이 총의를 모으면 따르겠다”고 했다. 장 대표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지도부 붕괴 가능성은 작은 셈이다.
이 때문에 동반 사퇴를 주장하고 있는 우 최고위원도 “(최고위원 줄사퇴를 통한) 끌어내리는 형태는 좋지 않다. 최후의 수단”이라고 했다. 2022년 7월 이준석 당시 대표를 축출할 때 배현진 최고위원이 선도 사퇴를 통해 이준석 대표 체제를 붕괴시킨 전례를 곧바로 따를 수는 없다는 얘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월 5일 오후 국회에서 “내일까지 누구든 정치적 생명 걸고 재신임·사퇴 요구하면 전당원 투표 실시하겠다”는 내용의 긴급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그럼에도 사퇴 요구가 이어질 경우 장 대표가 최후의 카드로 ‘전 당원 재신임 투표’를 꺼내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장 대표는 지난 2월에도 오세훈 서울시장 등의 사퇴 요구를 받자 “누구라도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재신임이나 사퇴를 요구한다면 곧바로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하겠다”며 ”재신임을 받지 못하면 대표직은 물론 의원직도 내려놓겠다”고 했었다. 다만, 국민의심 핵심 관계자는 “지금은 재신임 투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한동훈 의원은 5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당선 이후 처음으로 국회를 찾았다. 김성원·박정하·배현진·고동진·한지아 등 친한계 의원은 한 의원을 마중나오기도 했다.
한 의원은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수를 재건하고 권력의 폭주를 막으라는 시민의 강력한 바람을 성실한 의정 활동으로 실천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복당 가능성에 대해선 “제명된 첫날 돌아가겠다고 말했다”며 “구체적 절차를 미리 고민할 단계는 아니다”고 했다.